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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은 이렇게|각 대학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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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교 제복을 벗고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수는 전국에 4만3천명. 각 대학은 지난주부터 금주 말까지 이들에게 대학 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한창이다. 중요 대학의 신입생 지도 내용을 보면 학문의 본질과 자세(서울대), 민주 시민의 훈련(연대), 교수와의 대화(성대), 사회 참여와 교풍(고대), 성숙 과신에의 주의(이대), 여가 활용(숙대) 등으로 요약된다. 이것은 곧 신입생을 위해 들려주는 대학의 성격을 포괄할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나라의 대학이 당면한 문젯점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부하고 술 마시고 사랑하는 시대』는 대학을 표현하는 고전적인 전통이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다양한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인간의 형성을 대학 생활은 가르친다는 얘기다.
서울대 민석홍 교양학 부장은『대학의 본질』을 학문하는 곳이라고 다짐하면서 폭넓은 인간성의 바탕을 쌓으라고 당부했다.
학칙 해설·「서클」안내에 이어 6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진 신입생들은 교수들의『사회 발전에 맞추어 알찬 학구와 보람있는 대학 생활로 4년간을 발전적 희망에 살자』는 가이드에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3천명의 새 식구를 맞은 서울대학은 공대 캠퍼스 안의 교양과정부에서 지난 3일 시작 한 오리엔테이션을 10일에 끝낸다. 첫날부터 『대학은 노는 곳』으로 알았다는 학생들은 낙제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뭇 놀라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고 다양한 생활을 즐기라』는 부탁은 다른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1백84개교에서 1천2백명의 신입생을 맞은 성균관대학은 지난 6일에 3일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끝났다. 첫날부터「어리둥절한 신입생」들과 교수와 1대1의 대화의 길을 트는데 중점을 두었던 성대의 오리엔테이션은 지난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도 교수의 개별 면접 분석』이란 연구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짰었다.
금년도 신입생은 눈에 띄게 명랑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는 교양학 부장 김우탁 교수는 『대학이 고교보다 더 많은 자유를 주고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자율을 요구하고 책임을 스스로 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이근식 학생처장은 신입생들을 『빨리 이성의 감정을 탈피하여 정상적인 「코에드」가 될 수 있게 지도하겠다』고 말한다. 단정한 자세를 강조하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훈련을 쌓는 동안 이러한 단계는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갑자기 부여된 자유를 방종으로 요인하지 않게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며칠동안의 오리엔테이션이 그들 생활의 모두를 지도해 주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학교마다 그들 나름의 심벌을 강조하고 학풍 조성의 일원임을 신입생들에게 다짐했는데 고대학생처장 이윤영 교수는 4일간의 오리엔테이션에서「호상」을 들어 사회 참여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를 다짐했다.
「대학 생활과 고교 생활의 가교」로 1년간의 교양학부 생활을 비유한 이 처장은 자기 나름의 개성을 갖되 성숙된 대학생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가와 응원가에 이어 마지막날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상급생에게 부화뇌동 말고 1년간은 학교의 안내를 잘 따르라는 부탁을 재삼 당부해 현실적 여건을 풀이하는 듯 했다.
환경의 변화는 여자대학의 경우 더욱 심하다. 이화여대 호재숙 학생처장은 『시험 공부로 일관한 고교 생활에서 일단 대학에 들어오면 다 된 줄 아는 버릇이 있는데 인격 형성을 위한 4년간의 계획을 알차게 짜 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4일 끝난 오리엔테이션은 이번 주까지 각 단과 대학별로 세분하여 더 실시되는데 2천명의 단발머리 제복 소녀들은 새로운 옷을 입고 이곳 저곳 강의실을 옮겨다녀야하는 강의 시간표 짜기에서 이성 교제에 이르기까지 남자 대학보다도 세심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8일부터 시작한 숙명여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5일 동안「대학 생활과 학문」「대학 생활에서의 여가 활동」등에서 시작하여 4년간에 어떤 형의 인간으로 자기를 형성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토론도 겸할 예정이다.
윤혜원 학생처장은 『대학은 노는 곳이라든지 대학에서는 약간의 비도덕도 통한다』는 식의 잘못된 대학 관을 바로 잡는 일에서 대학의 본질적 문제까지를 오리엔테이션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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