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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변혁 주도적 역할 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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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요즘 세인의 눈길이 한국예술종합학교(KNUA)로 쏠려 있는 듯하다. 이 학교의 이창동(영화감독).황지우(시인) 교수가 문화관광부 장관의 후보로 함께 거론되더니 결국 이창동 영상원 교수가 그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이 학교가 문화관광부 산하 국립예술학교로 출범한 지 만 10년이 되는 해다.

서울 서초동 캠퍼스에서 만난 이건용(56) 총장은 이창동 장관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어제 이창동 장관을 만났습니다. 긴 얘기는 못 나눴습니다만 변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면 우리 학교가 한국 문화예술계의 변혁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어요."

이 총장은 음악원 초대 교수로 재임하다 음악원장.교학처장을 거쳐 1년전 총장을 맡았다. 그는 KNUA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이 학교의 경쟁력의 실체는 과연 뭘까. 이 질문에 이 총장은 "각 예술 분야의 새로운 열망을 반영한 미래 지향적,현장 중심적 교육"이라고 답했다.

"10년전, 백지 상태에서 이 학교를 설립하던 상황을 되돌아보면 놀라울 뿐입니다. 국립예술학교를 한번 잘 만들어보자는 문화계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KNUA는 음악원 하나로 출발했다가 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전통예술원을 차례로 열었다. 아직 연극원.영상원.미술원.전통예술원은 서울 석관동의 옛 안기부 건물을 임시로 빌려 쓰고 있다. 2006년에 준공되는 석관동 제2 캠퍼스에 장기적으로는 음악원.무용원을 통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캠퍼스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편이 많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데도 불리합니다. 하지만 석관동 신축 교사에 중극장(연극.무용, 7백석)과 소극장(국악, 3백석), 영화 시사실이 들어서고 나면 사정이 달라질 겁니다. 문화시설의 강남 편중을 막기 위해 석관동에 제2의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이 들어서도록 문화관광부.서울시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졸업생의 진로다. 아직 국내에선 전업 예술가로 살아가기가 힘든 현실이라 어려움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졸업생들이 너무 외롭지 않도록 학교가 구심점 역할을 할 생각"이라면서 "일종의 '예술가 커뮤니티'를 만들어 예술단체의 자발적 결성을 도와 주겠다"고 말했다. 연극원 졸업생들로 결성된 극단 돌곶이의 경우가 대표적 성과다.

이 총장의 '자립형 예술가 양성'아이디어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취업이나 '제도권 진입'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면서 예술가다운 신념을 펼쳐 보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예술 인력 활용 방안의 마련을 위해 건의를 하고 있습니다. 젊은 예술가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가령 작업실 임대 같은 게 절실합니다". 그는 이어 "졸업생들로 KNUA 4중주단, KNUA 무용단을 만들어 'KNUA'라는 브랜드로 예술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술 공부는 결국 무대에서 완성된다. 그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올해 국내 최초로 '최고경영자(CEO)문화.예술과정'을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술적 감수성을 경영 마인드와 접목하는 게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걸맞는 방안입니다. 경영 논리만 강조하다 보면 결국 비문화를 양산하고 맙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예술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창조적인 생산이며, 문화와 결합될 때만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깨우쳐 주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총장은 1주일을 3일씩 쪼개 서초동과 석관동 캠퍼스를 오간다. 요즘은 틈나는 대로 지난해 도쿄와 서울에서 초연돼 호평을 받은 단막 오페라'봄봄'과 짝을 이뤄 공연할 소극장 오페라'동승(童僧)'의 스케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올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함세덕의 원작 소설을 기초로 대본은 직접 완성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jd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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