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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예우…미 중공정책|닉슨 외교교서에 나타난 변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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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미대통령은 71년 외교교서에서 중공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4번씩이나 불러 모택동정권탄생 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적 예우」를 베풀었다.
이같은 「예우」는 새로운 국제질서형성을 통한「평화건설」에 있어 중공이 더 이상 도외시 될 수 없다는 안목에서 미국의 대중공 재평가를 시사하지 않나 하는 관측을 일으키고있다.
이번 외교교서에서 「닉슨」의 국제정세관-적어도 동「아시아」의-은 명료하게 부각되고있다.
즉 전후시대의 잔재가 없어지고 새로운 「아시아」가 나타나고있다. 새로운 「아시아」의 장래는 두 지주, 「아시아」국가들의 집단협력체제와 미·소·일·중공 4개 강국의 정책에 달렸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정세판단아래 미국이 중공을 국제사회로 유도하려 한다는 해석에서 그의 교서도 자유중국에 심각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교서의 부제가 말하는 「평화의 건설」에 있어 중공의 역할이 이렇게 명확하다면 남은 문제는 이를 실현할 「모더스·오퍼랜다이」(운용방법)뿐.
「닉슨」대통령이 『우리는 북평과 대화를 수립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 것은 중공에 대해 이러한 해결방법을 공동모색하자는 미국의 제의였다고 할 수 있다.
미-중공간의 대화는 불연속선을 그려왔지만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문호는 언제나 개방되었던 상태다.
55년8월 「제네바」서의 첫 회의를 시작으로 58년 9월「바르샤바」로 무대를 옮긴 후 두 나라 대사들은 지난해5월 미군의「캄보디아」진공에 항의, 중공이「보이코트」하기까지 꾸준하게 대화를 이어 왔었다.
미국이 중공과 대화를 트지 않으면 안될 필요성은『중공을 고립시키는 것이 오히려 미국을 고립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일부의 비판과 국제판도의 변혁에서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 25차「유엔」총회서 중공의 가입안이 51대49의 단순 다수지지를 얻은 것은 미국이 중공문제를 「봉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되기도 했다.
중공저지를 위한 미국의 최후보루인 「중요사항」결의안(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요하는)이 당장 금년 「유엔」총회에서 지지받을 지도 의문시되고 있다(작년엔 66대52, 기권7로 채택). 더구나 중공의 대만영토권주장을 『유의한다』는 전제로 「캐나다」 「이탈리아」등이 중공을 승인한 전례는 앞으로 중공을 국제무대에 끌어들이는 촉진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상 대중공 화해에 있어 대만의 지위문제가 가장 큰 난제로 되고있다.
「닉슨」대통령은 중공과의 관계개선이 기존 국제질서의 파괴나 미국의 대외공약 포기를 댓가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두 개의 중국」정책을 의미한다고 해석되지만 크게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공의 국제가족사회 참여를 막지 않겠다는 구체적 의사표시라고도 볼 수 있어 금년「유엔」총회와 관련,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고 믿어진다. 이같은 「닉슨」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대북의 국부조야에서는 격분하여 맹렬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국부측은 북평정권을 항구적인 것으로 승인하는 지금의 두 개 중국정책이 끝내는 한 개의 중국정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이 「두개의 중국」정책을 지향한다 해도 중공자신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는지도 확실치 않다.
첫째 중공은 대만문제를 내정간섭으로 보고있다. 또 「아시아」의 평화를 미·소·일·중공 4국에 맡길 것이 아니라 일본·중공 양자의 우호로 가능하다고 보고 태평양-「아시아」권으로부터 미소세력의 추방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중공의 태도는 「닉슨」대통령이 향후 10년간의 정세를 4대국이 이 지역에 대한 이른바 「합법적」이해관계를 상호조정, 4대국간의 균형된 세력으로 안정을 이루자는 전망과 맞서는 것이다.
미-중공과의 관계는 지정학적으로 응당 자신의 영향권으로 보는 중공과 대아개입자세를 재정비하려는 미국이 각자의 이해에 대해 어떻게 「합리적」이냐는 논리를 찾는데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해의 조정문제는 대화가 재개되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종래 대사급 회담에서 제의되었던 양측의 주장을 보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대만문제와 관련, 상호무력 불사용 선언과 대만해협의 안전을 위한 조치, 일반군축회담의 참가 등을 내세운 반면 중공은 대만 및 대만해협으로부터 미국의 철수와 이른바 평화5원칙 (①영토와 주권존중 ②불가침 ③내정불간섭 ④호혜평등의 관계 ⑤평화공존에 입각한 협정체결, 월남철수를 요구했었다.
「닉슨」대통령은 「평화건설」에 적극 호응을 권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년 한햇동안 두 나라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새로이 취할 것이며 어떤 불필요한 장애를 제거할 것인가를 주의깊게 검토하겠다. 이러한 노력은 북평의 상응조치가 없어도 저해되지 않을 것이다.
「닉슨」교서는 8억에 가까운 인구, 핵으로 무장한 중국대륙의 현실, 일본의 재등장으로 「아시아」에서 국제력관계의 새 질서정립의 불가피성을 지난 해 보다도 절실히 느낀 인상을 주고 있다. <조성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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