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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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로는 사람들의 생활을 위해 있다. 따라서 무엇에 쓰이는 길이냐에 따라 도로의 모습도 달라진다.
중세 때 「유럽」도시에선 귀족들이 위용을 갖추려면 3두마차를 타야했다. 이 때문에 시가의 「메인스트리트」는 3마리의 말이 나란히 서서 다닐 수 있을만한 폭을 갖고 있었다.
시골의 도로는 또 마차 옆에 서서 걷는 농부가 「오버」를 더럽히지 않고 차에서 떨어져 걸을 수 있을 만큼의 폭을 갖고 있었다.
교외로 뻗친 길은 또 완전무장한 기사가 창을 비스듬히 옆에 끼고 다닐 수 있을 만큼 폭이 넓어야했다. 한편 교회에 이르는 길은 관을 실은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을 갖고있었다., 이처럼 용도에 따라 도로의 폭이나 포장이 달라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고속도로가 생긴 것도 「스피드」시대의 생활을 위해서이다. 또 고속「버스」가 없다면 고속도로도 새삼 만들어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속도로란 그 위에서 차들이 고속으로 달릴 수 있을 만큼 안전도가 높아야한다. 그래야 고속도로가 제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아무리 고속도로가 잘되어있어도 그 위를 달리는 차들이 시원찮거나 운전기술이 모자라면 고속도로는 오히려 해롭기만 하다.
어제 경부 고속도로상에서 고속 「버스」 2대가 같은 지점에서 불과 40분 사이에 잇단 참사를 빚어냈다. 이 때문에 11명이 죽고 5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국적으로 내린 진눈깨비로 노면이 미끄러웠기 때문이라한다.
고속「버스」운전사들이 미끄러운 노면사정을 무시한 채 과속으로 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사고를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 눈이나 비만 와도 위험해지는 고속도로 자체의 안전도를 좀더 높일 수 없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고속도로 사고가 있겠는지. 미끄러운줄 알면서도 과속으로 달린 운전사를 탓하기에 앞서 가려내야할 문제점이 여기 있는 것 같다. 이번 경우 특히 두 번째 일어난 사고는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방지조치에 온통 허점이 있다는 것을 들춰낸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에 신속한 구급시설이 마련돼 있었다면 40분 사이에 충분히 먼젓번 사고의 치다꺼리는 끝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사고발생의 사실을 뒤따르는 차들에게 알리는 방도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의 생명은 「스피드」와 함께 안전도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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