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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에 선 간디 정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최대의 민주국가 인도에서 오는 3월1일부터 10일동안 약2억7천만명의 유권자들이 5백15석의 새로운 로크·사브하(하원) 의원들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게 된다.
독립 후 다섯 번째인 이번 선거에서 문맹자가 70%나 되는 인도의 유권자들은 송아지·물레·등잔·별 모양의 각종 표식(그림사진)를 보고 정당과 후보자를 고른다.
비 서구권의 일부나라의 선거에서 더러 있듯이 여기서도 「선거살인」이 일어났고 폭력사태도 꼬리를 물고 접종하는 가운데 인디라·간디 수상은 정력적인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다.
「왕의 전령」이란 이름의 헬리콥터에 몸을 심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하루에도 평균 14차례의 강연을 강행하는 여 수상.
그녀가 노리는 것은 자신이 이끄는 신파 국민회의당의 원내안정세력 확보다.
69년 11월의 국민회의당의 좌우분열과 모라르지·데사이가 이끄는 보수파의 이반으로 간디 수상의 신파는 불가불 친 소파 공산당(CPI)을 포함하는 군소 정당과의 타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회의당의 좌우분열은 바로 인도정계의 양극화추세, 중도적 안정세력의 약화, 봉건적 요소와 극좌분자간의 폭력대결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서 간디 수상이 자신이 중도적 사회주의를 계속 추구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결단-즉 새로운 선거를 치러야만 했다.
하늘로 치솟는 물가고, 늘어나는 실업자와 페이브먼트·슬리퍼(가도에서 새우잠 자는 빈민), 공업생산력의 저하, 행정의 노후화, 종족·지역간의 단절, 토지소유문제 등 산적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사회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야당에 반해서, 간디 수상은 『사회주의가 덜 이뤄진 탓』이라고 맞서고있다.
그래서 다시 집권하면 사유재산제수정·토지개혁·토호와 대상인들에 대한 증세, 가족계획을 골자로 하는 사회주의적 개혁의 폭을 크게 넓히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마치 드골을 연상케 하는 「모호성」을 구사, 어느 한 계층만을 편들지도 않고, 모든 계층의 이익을 골고루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러나 누가이기든 인도의 고민은 엄청난 것이다. 민원서류를 법구 그대로 결재 받자면 적어도 18개월은 걸린다는 인도의 행정적 비 능률은 강철생산을 최근에 50%나 절감시켰다고 한다. 서부 벵골을 근거로 한 모택동 주의파 낙살라이트 폭도들의 토지점거와 학생 일부의 도시 게릴라화로 캘커타와 인근지역에서는 혁명적 사태가 격화된 바 있다.
친 소파 공산당의 의회주의전술, 낙살라이트들의 중공식 폭력혁명방식, 마르크시스트 공산당의 소위 자주노선 등 좌익계의 준동은 현상타파에 초조한 일부과격파와 토지 없는 빈농들의 불만을 자극, 선동해 왔다.
극 좌계의 도전과 간디 정권의 민주사회주의에 위협을 느낀 보수각파가 이념이나 정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지 『인디라 거세』란 구호하나만으로 연합전선을 형성했다는 건 인도사회의 심화된 분할을 더욱 실감나게 반영하는 것이다.
야당연합의 주축은 구파국민회의당의 리더 데사이씨, 여기에 자유기업을 주장하는 스와탄트라 당, 반 모슬렘 힌두 계인 자나·상그 당 및 프라자 사회당이 가담하고 있다. 아무런 공동강령도 없는 급조연합전선 각파와 기타 정파의 입장을 살펴보면-.
▲데사이=간디 수상의 최대 강적. 40년간의 반영독립운동가. 간디 수상과 권력을 겨룬 국민회의당의 원로로서 은행국유화를 반대해 이탈했다.
국가통제를 지양하고 기업의 창의성을 인정하자는 우파.
『인도의 젖줄이 인디라·간디 수상한테 독점되고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있다.
▲아탈·베아리·바즈파예=자나·상그 당수. 간디 수상이 히틀러라고 부른 힌두 국수주의자. 인도의 핵무장과 반 사회주의로서 노동자·소상인·운전사 등 소시민층에 파고 들고있다.
▲카르니·싱그 공=대상업 재벌의 대표적인 인물. 간디 수상이 대상인에게 증세 하려는데 반발하고 있다. 간디 수상의 정책대로 하면 매년 4만 달러를 잃게 된다는 대상인·대지주들은 간디 수상이 재집권하면 인도는 공산화한다』는 말을 열심히 퍼뜨리고 있다.
▲조티·바수=서부 벵골의 마르크시스트 공산당(자주파)을 이끄는 바수는 하원이 아니라 서부 벵골 주 의회에 출마, 주정부 수상자리를 노리고 있다. 낙살라이트의 암살위협을 받으면서 의회를 통한 집권을 꿈꾸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간디 수상이 실직할 가능성은 없다고 하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들이나, 과반수를 넘는 절대다수파로 안정되리라는 주장은 성급한 판단일 것 같다. 야당이 강하지도 유능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약2백40내지 2백50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상인과 대지주들은 7천만의 불가촉 천민들을 협박 매수해서 선거장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수법을 이번에도 사용해 간디 수상의 표를 깎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판에 비록 다수파가 되더라도 간디 수상이 그녀의 새로운 힘을 신속한 사회개혁에 경주하지 않는다면 인도는 극우나 극좌로의 급선회가 아니면 파국적인 국가분열로 줄달음질 칠지도 모른다는 것이 오늘의 인도를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우려다.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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