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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하는 「닉슨·독트린」 외교교서로 본 미 정책기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1년대의 미 외교정책-평화의 횡축』이라는 제목으로 닉슨 대통령이 25일 의회에 제출한 취임 후 두 번째의 외교교서는 「닉슨·독트린」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규정한외에 별다른 새로운 정책기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기존 대외공약을 미국의 국가 이익에 비추어 세밀히 재검토한 후 새로운 개입관계를 모색하겠다고 한 작년도 외교교서의 조심스러운 입장에서 탈피, 이번에는 공약의 남용이나 고립주의의 유혹을 다같이 경계하면서 일방적인 후퇴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 주목을 끈다. 그동안 끈질기게 들려오던 미국의 중공정책 재평가 설에도 불구하고 자유중국을 희생시키는 중공의 국제사회진출을 배제하는 기왕의 노선이 재확인되었고 『월맹이 단 한 명의 미군포로라도 억류하는 한 미군은 월남에 남을 것』이라고 실질적 미군 장기 체월을 암시한 점등이 그걸 말해주었다.
또 주구미군에 대해서도 비록 「닉슨·독트린」적용을 처음으로 공식 선언했지만 『소련 측의 대응 조처 없는 미군의 일방적 감축은 안될 말』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이런 관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앞날의 동아시아 구조는 아시아 국가들의 지역단위 집단적 이익과 이 지역에 관련된 미·소·일·중공 4대국의 정책 등 두개의 지주 위에 세워질 것』이라고 하여, 처음으로 아주 운명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을 인정한 점은 닉슨 외교의 중요한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교서가 곳곳에서 강온 병용책(소위 당근과 몽둥이 외교)을 내세우고 있는 점으로 보아 지금까지 미국이 묵묵히 인정해 온 현실의 재확인 이상의 뜻을 부여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는 이번 교서에서 「닉슨·독트린」의 모델·케이스로 한국의 경우를 들고있지만『아시아에서 「닉슨·독트린」의 성공을 기약하는 열쇠는 일본의 협조에 있다』고 구슬렀던 작년도 외교교서와는 대조적으로 통상면에서 일본의 독선적 태도를 꼬집는 것과 같은 미일관계의 문젯점 등에 많이 언급하고있다.
그는 월남문제에 관해서 협상안결책에 우선권을 두고 있지만 그 전망을 비관, 월맹 측의 확전 공세로 미군철수에 따라 공군력을 위주로 한 군사활동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닉슨 대통령은 월맹의 확전 때문에 『연합군의 배치문제를 두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시사, 월남군의 월맹 침공설을 포함한 새로운 월남역외작전의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그는 또 기타 아시아 문제에도 언급, 소련이 아시아 국가임을 인정하고 중소분쟁은 이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며 때문에 미국은 이 양대 세력의 분규에서 이익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말한 점등은 월남전의 당면문제를 떠나서 아시아에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모색하려는 닉슨 외교의 한 의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사는 동구권에 대해서도 나타나고있다. 즉 그는 동구제국이 서구와 역사적 유대를 갖고 있지만 『그 유대를 이용하여 소련의 안보를 교란할 생각은 없다』고 말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소련의 세력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대소 제스처와 함께 주목할 것은 닉슨 대통령이 「대결의 시대에서 협상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한 지난해만큼 협상의 중요성을 야단스럽게 외치진 않았지만 적어도 소련에 대해서는 그러한 태도를 계속 유지, 미소협조에서 서로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실질적으로 상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핵 군축회담, 대외경제정책, 중동분쟁, 대 서구정책 등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언급 없이 본래의 미국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닉슨 외교교서의 특징은 2년 동안 시험해 온 「닉슨·독트린」을 주축으로 하는 닉슨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국가이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성숙했음을 보여준 데 있다고 보겠다.<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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