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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관들 권력에 레지스탕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프랑스 법관들의 침묵 데모가 지난 19일 파리의 가로를 누벼 이채를 띠었다.
문제의 발단은 여당인 공화국 수호동맹의 르네·토마시니 사무총장의 발언. 토마시니씨는 16일 원내의 법관 출신 의원들의 모임을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의 과격한 학생 데모와 관련, 법관들의 미온적인 자세와 데모 학생에 대한 가벼운 형량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경찰의 진압 태도가 지나치다고 하지만 더 큰 책임은 법관들의 비겁한 자세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곁들여 토마시니씨는『국영방송의 TV뉴스 담당자들이 자유의 적들한테 희유당했다』는 데까지 비화했다.
지독한 욕을 먹은 법관들과 방송인들이 명예 훼손이라고 들 끊는 가운데 토마시니씨는 샤방­델마스 수상관저에게 나오다가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기의 발언을 취소 할 수 없다고 버텼다. 야청 하늘의 날벼락 격인 이 독설을 그대로 묵과할 프랑스의 법관들이 아니었는지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프랑스 법조인 단체는『여당 고위층의 용인 할 수 없는 망언』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성명, 파리의 변호사회도『정파가 정쟁에서 독립해야할 사법부는 권력의 중압을 받아서는 안되며 이번의 법관들의 분노에 동감』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항독 레지스탕스계 법관협회와 법관조합연합회가 주동이 되어 재야 법조인들이 참가하는 가운데 20일에는 모든 법조인이 침묵 데모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던 것.
새까만 법복을 차려입은 법관들은 법무성 앞을 출발, 유명한 르네·파로디 판사 기념관이 있는 파리 판사지법 앞에서 해산했다. 파로디 판사는 나치스 점령 하에서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다고 1942년4월 게슈타포에 체포돼 감방에서 학살된 프랑스 법관들의 우상이다.
법관들의 궐기는 리용 마르세유 낭트 리유 등 각지로 파급했고, 고등학생들의 데모가 파리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실상 토마시니 파동의 원인은 지유·기요 사건이다.
파리의 샤프탈 고교수학과학생인 기요군(19)이 지난 2월 경찰을 구타했다는 죄로 6개월 실형을 받았다.
6개월형이 언도된 후 콘도르세 고교, 앙리 4세 고교 등 파리의 각 명문들과 일부대학생들은 68년5월 사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몰고와 급기야 법관 데모로 발단된 일대 정쟁의 불씨를 던지고야 만 것이다.【르·몽드=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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