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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뺑소니 용서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22일 밤10시40분쯤 서울 마포구 공덕동 1 소의 국민학교 앞길에서 집으로 가던 유기환씨(45·마포구 공덕동 25의 12)를 치어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던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무관 「피터·룰러」중령 승용차 운전사 정영씨(32·용산구 동빙고동 28의40)는 23일 상오 8시 유씨가 입원해 있는 서대문 차병선 욋과 2l호실에 찾아와 유씨에게 용서를 빌자, 유씨와 그의 가족은 자수해 온 정씨를 오히려 위로, 경찰에 정씨를 용서해 줄 것을 진정했다.
자수해 온 정씨는 22일 밤 미8군 종업원인 친구 오 모씨와 술을 먹고 공덕동에서 용산 쪽으로 달리다 사고 지점에서 유씨를 받고 그대로 달아났다가 술이 깨자 자책감에서 하룻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이날 아침 유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는 것.
병상의 유씨는 어릴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못쓰게돼 시계 수리 기술을 배워 만리동 2가에서 시계점 개풍당을 경영하고 있는데 이날 다시 오른쪽 다리를 다쳐 완전히 불구가 됐는데도 『모든 뺑소니 운전사들이 정씨와 같이 자수만 해 온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명랑하게 될 것 같다』면서 자신의 괴로움을 잊고 정씨의 용기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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