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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종합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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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1년은 선거의 해이다. 여야당이 선거전열을 정비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기 연두기자회견을 통하여 선거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 달의 종합지는 이 시류에 편중하여 정치와 외교에 관한 특집을 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 옴에 따라 종합지들도 정치적 색채를 띠는 것 같다.
여에 가까운 잡지들이 박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관한 허가를 싣고 있는데 대하여 야에 가까운 잡지들은 한국헌정에 관한 모순을 지적하고 있고 비교적 중립적인 잡지는 국내문제를 회피하고 한반도 주변의 역학 관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월간중앙」은 미국의 석학들인 라이샤워·바네트·힐즈맨 교수의 논문들을 모아 『한반도 주변의 신기류』란 특집을 엮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여 우리의 통일과 평화를 모색하기 위하여서는 일본·중공·소련의 대한정책의 분석이 필요한바, 미국 학자들에 의한 경제분석이 우리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세대」는 유홍렬 교수의 『한·미 관계의 추이와 전망』을 다루고 있고 「정경연구」는 양동안씨의 『4대 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보장논의 허실』을 취급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 타산지석이 될 서독의 동방정책에 대하여 「다리」는 구대열씨의 『빌리·브란트 동방정책과 그 배경』을 취급하고 있다.
라이샤워 교수는 『삼자택일의 일본입장』(월간중앙)에서 일본의 대 중공·대 자유중국·대 북괴·대 소·대 한국 관계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는 일본인이 한국 민에 대해서는 죄의식이 없음을 지적하고 일본이 서울-평양 사이의 교량구실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고있다.
바네트 교수는 『중공직업외교관의 사고방식』(월간중앙) 에서 중공과 소련·일본·미국 관계를 분석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4대 강국의 세력균형이 생기는 것은 한국의 이익에도 소망스러운 것이다』고 하고 있다. 힐즈맨 교수는 『소련은 한국분단을 원한다』(월간중앙)에서 오늘날 소련은 『공산주의 밑의 통일된 한국보다는 분단된 한국을 더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하고 미국이 소련과 아시아와 평화를 공동 모색해야 한다고 하고 대중공의 관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논문은 우물안 개구리식인 한국인들에게 세계적인 안목을 일깨워 주는 좋은 논문들이라고 하겠다. 국내 정치면에 있어서 「다리」는 헌법에는 규정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잘 적용되고 있지 못하는 기본권과 지방자치, 근로조건에 관한 실태를 진단하고 있다. 「신동아」는 『정치발전의 문제점』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데 한국정치와 사회의 모순점들이 잘 지적되고 있다. 이데올로기로 그친 자유민주주의·정치적 불안정·대중의 정치적 소외·권위주의적 정치풍토의 여러 난점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그 처방은 보편 타당하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안치순 교수는 『정권의 안정과 정치의 안정』에서 정치적 안정을 얻기 위해서는 합의와 갈등간의 적적 균형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한완상 교수는 『한국정치에 있어서의 소외』에서 정치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하여서는 자발적 중간집단을 형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일문 교수는 『정치와 시민문화』에서 시민의 경치참여를 위한 정부의 시민의식 양성을 요청하고있다. 조일문 교수는 『정당정치의 이상과 현실』(세대)에서 우리 나라 정당정치의 후진성이 정책정당이 아니고 인물정당인 점에서 온 것임을 지적하고 그 해결방안으로 여당에는 ①경찰과 군을 중립시킬 것 ②기본권 특히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 ③야당을 육성할 것을 요구하고 야당에는 ①새로운 인재를 찾아 저변을 확대하고 ②분파를 지양하고 ③정치자금을 위하여 전국구를 매직하는 일이 없도록 경고하고 있다. 이 방안은 모두가 타당하다고 하겠다. 야당의 생리에 대한 비만으로는 서임특씨의 『20년 야당의 계보와 생리』(세대)가 있다.
한국의 정치풍토에 관해서는 이밖에도 「신동아」의 『7대 국회를 챗점한다』는 좌담회며, 「다리」의 대담 『자유민주주의의 길』이 깊이가 있으며 우병규씨의 『원내총무론』(신동아)과 한승헌 변호사의 『선거소송의 명분과 실리』(신동아)는 좋은 실증적인 평론이라고 하겠다. 선거소송의 지연이 결과에 있어 부정선거를 조장 내지는 묵과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선소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 한 변호사의 글은 정당하다고 하겠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소위 관급성 경제가 논의되고 있다. 「월간중앙」은 김성두씨의 『관급성 경제의 잡초성』을 다루고 있고 「세대」도 이규행씨의 『민간주도형과 관급성』을 취급하고 있다.
김성두씨는 우리 경제가 재정주도형 경제라고 규정하고 재정이 경제활동을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현실 하에서는 민간부문의 자율적인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고 재정의 경직화 현상 때문에 소득의 재분배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재정 자립도가 97.5%에 이른 현재에는 소득의 재분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개발재정을 대담하게 개선하여 진정한 민간주도형 경제가 되도록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문화면에서는 「월간중앙」이 김태길 교수의 『상실과 회복의 시대』와 홍승직 교수의 『1백1인의 생각과 사명』을 싣고 있으며, 「세대」는 『한국 최고의 허상과 실상』을 다루고 있고, 「다리」는 장을병씨의 『한국 인텔리의 반지성주의』를 싣고 있다. 또 「정경연구」는 김재만씨의 『한국에 있어서 근대화 충동 이후의 사회변천』을 싣고 있다.
김태길 교수는 오늘날의 인간이 돈의 노예가 되고 있고 유행의 노예, 광고의 노예, 여론의 노예로 되어 획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인간회복을 위하여서는 지식인들이 새로운 가치체계를 확립해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홍승직 교수는 『1백1인의 생각과 사명』에서 한국지식인의 속성과 그들이 생각하는 최대의 과제와 70년대의 비전 등을 통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우리 나라의 지식인들이 물량주의를 경고하고 정신회복을 강조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정부의 지식인에 대한 대책을 진언하고 있다.
장을병씨는 한국의 인텔리들이 지나치게 반지성주의적이라고 탓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서 현실도피 적이고 외상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나아가 인텔리들이 지식 자체까지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김재만씨는 한국의 근대화-현대화의 문젯점을 설명하고 근대화의 목적은 국민생활의 번영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달의 종합지는 표면상으로는 정치외교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나 그 기조로는 보다 잘 살 수 있는 길은 어디냐에 쏠리고 있는 것 같다. 근대화·자유화의 구호와 함께 복지정책의 실현이 절실히 희망되고 있다.<김철수(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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