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생과 오복|유홍열<성대 대학원장·문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흔히『고당의 만복을 빕니다』라고 적은 연하장을 보내거나, 또 새해에 처음으로 만났을 매에는『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서로 주고받는다. 복이라는 것은 사람으로서 누구나 바라는 것이고 그것은 어디로부터 주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복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이며 그것은 누구로부터 주어지는 것일까?
고래로 우리 동양문화권의 나라에서는 복에 다섯 가지가 있다하여 오복이라 일컬으며 오늘에 아르고 있는데 그것을 갖춘 사람을 가장 부러워하며 누구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오복이란 도대체 어떠한 상태를 뜻하는 것일까? 중국의 『서경』 홍범조에는 수 부 강령 호덕 종명을 오복이라 기록하고 있고 일설에는 수 부 기 강령 자손중다를 오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가운데 다른 것을 모으면 결국 수 부 기 강령 호덕 종명 자손중다의 칠복이다.
따라서 이 칠복을 갖춤이 가장 보람된 인생의 길이라고 여겨지며 그것은 우리민족의 인생관에 있어서도 다름이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잃지 않고 편안히 오래 살다가 천명을 다하고 그 사이에 착한 일을 하며 자손을 많이 두고 부기를 누림이 인생의 최대 행복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주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혼례식장의 장식품이나 새 가정에서 사들이는 옷장 같은 가구나 입춘 날 대문에 써 붙이는 축원의, 글자에도 오복의 글자가 반드시 들어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오복 또는 칠복 가운데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앓지 않고 편안히 오랫동안 살다가 천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풍습에도 음력 정월보름에는 앞으로 1년 동안 앓지 않고 편안히 살게 하여 달라고 하느님께 비는 뜻에서 오곡밥을 지어먹는다. 그리고 그것을 시골에서는 불길을 상징하는 까마귀의 밥이라고도 불러 냇물에 홀려보내는 한편 이때를 전후하여 앞날의 운수를 미리 알아보는 토정비결 등의 점괘 책을 보는 일이 있다.
그리하여 앓지 않고 오래 살게 되면 그 다음으로 우리인생이 바라는 것은 착한 일 만을 하고(호덕) 자손을 많이 두며 부귀를 누리다가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삶의 목숨을 끝나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인생의 행복이란 착하게 삶에서 주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도『가장 존중할 것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착하게 사는 것이다. 착하게 사는 것과 아름답게 사는 것과 바르게 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라고 가르치고 있고 우리 동양의 교훈에도 진인사이 대천명이라는 말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생의 행복이란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동안 주어진 일에 전력을 기울이며 착한 일만을 하는 사람에게 하느님으로부터 내려주는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이러한 사람에게는 또한 정신적인 부귀도 따르리라고 믿는다.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도 먹을 것이 주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