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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1단지 재건축 조합장 '철거왕' 돈 받은 혐의 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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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철거업체 다원그룹 이금열(44) 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비리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김후곤)는 다원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서울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사업 조합장 김모(47)씨를 1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검찰은 다원그룹이 김 조합장에게 “조합장이 되면 철거권을 따낼 수 있도록 해달라”며 2011년부터 최근까지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2011년엔 낙선했다가 지난 7월 27일 치러진 선거에서 조합장으로 뽑혔다. 그러나 다원그룹과의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7월 22일 검찰이 회사 돈 10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이금열 회장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개포1단지 철거업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은 5층짜리 아파트 124개동(5040가구)을 최고 35층 69개동(6662가구)으로 바꾸는 대형 사업이다. 2003년 조합이 설립됐으나 조합 내 비리와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아 진척을 보지 못했다. 초대 조합장은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김 조합장 직전의 조합장은 고소·고발에 시달려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개포1단지 아파트를 소유하고는 있으나 실제 살지는 않는 것이 드러나자 조합장 선거 경쟁자였던 김 조합장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다툼이 이어졌다. 개포1단지 조합은 김씨가 현 조합장으로 선출된 뒤 내년 하반기에 사업시행 변경 인가를 받고, 추가 절차를 밟아 2016년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검찰은 김 조합장에게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다원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명수(54·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장을 체포한 바 있다. 김 의장은 2일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다원그룹 수사와 관련해 신반포와 개포1단지 말고 다른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원그룹은 1990년대 철거 사업을 하며 돈을 벌었다. 97~2000년 서울지역 철거지 34곳 중 절반인 17곳의 사업권을 따냈다. 한때 국내 철거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 도시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김포 신곡6지구 도시개발사업,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사업 등을 맡았다.

수원=윤호진 기자,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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