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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재연기, 북 위협 정밀평가 후 결정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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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 연병장에서 열렸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 새뮤얼 라크리어 미 태평양사령관, 제임스 서먼 전임 주한미군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 신임 사령관(왼쪽부터 아래로)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미국이 2일 서울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똑 부러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핵·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을 정밀하게 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재연기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그 시기를 못박진 않았지만 당장 이달 안에 공동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엔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날 13개 항으로 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 평가에서부터 주한미군 이전, 미사일 방어전략 등 양국의 현안을 총망라하고 있다. 5900여 자 분량이다. 역대 SCM의 합의문 중 가장 많은 양이다.

 2015년 12월 한국군으로 전환될 예정인 전작권 재연기에 대해 양국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유지·제고시켜야 하며 한·미동맹의 국방 우선과제와 미래 발전에 기여하도록 추진돼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이 체계적으로 이행돼 연합방위태세가 강력하고 빈틈없이 유지되도록 보장해나가야 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면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과 전작권 전환검증계획(OPCON)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국이 재연기에 조건부로 동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재연기에 대해 구체적인 동의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측이 설명한 한반도 안보 상황 변화에 뜻을 같이했고, 다시 평가해보자고 한 것은 재연기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에서 “한국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 “검토해보자”고 입장이 바뀐 걸 재연기로 유턴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2015년 12월 1일로 명시돼 있던 전작권 환수 시기를 삭제한 것도 이런 맥락이란 얘기다. 양측이 명시한 두 가지 ‘조건’, 다시 말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재평가와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은 이미 답이 나와 있기에 재연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군이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나 킬체인은 2020년 전후에나 갖춰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미국 측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헤이글 장관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제기한 (전작권)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지난 10년간 한국군은 매우 강해지고 전문화됐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년 전작권 환수를 담고 있는) 전략동맹 2015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갈 것”이라고도 했다.

 연방정부 폐쇄(셧 다운)나 자동예산감축(시퀘스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내 분위기는 전작권 환수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편이다. 2일 부임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도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래서 미국이 이날 보인 태도가 한국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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