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백신 실패 백스젠 주가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지난 24일 세계 의약계의 눈은 '백스젠'이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쪽 브리즈번에 있는 한 바이오 벤처기업에 쏠렸다.

인류 최악의 질병인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퇴치 가능성이 이날 이 회사가 발표할 임상시험 결과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험 결과는 실패였다.

백스젠사는 1998년 에이즈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남성 5천명과 4백명의 여성 지원자들 중 3분의 2에 자체 개발한 백신 '에이즈백스'를 투여한 후 경과를 관찰해왔다. 회사 측은 지난 4년간 실험 결과 흑인과 아시아계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이 백신의 에이즈 방지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백스젠은 이 정도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냉정했다. 주당 13달러선이었던 백스젠의 주가는 다음날 6.86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이 회사 주가는 26일(현지시간)에도 15.6% 떨어져 4.82달러로 미끄러졌다. 백스젠은 에이즈 백신의 성공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여름 주가가 뛰기 시작해 11월엔 23.25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넉달 새 네배로 폭등했다.

그러나 그 후 주요 주주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 소프트(MS)사를 설립한 폴 앨런도 대주주의 한 사람이었다.

백스젠의 설립자이자 사장인 도널드 프랜시스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승인을 요청하고, 2005년부터는 백신을 시판한다는 계획이었다.

전염병 전문 과학자인 그는 한 때 자신이 몸 담았던 제네테크사가 에이즈 백신의 개발에 매달리다 포기하는 걸 보고 회사를 뛰쳐나와 95년 백스젠을 창립했다.

그동안 그는 에이즈 백신의 개발에 1억2천만달러를 썼다. 회사 측은 이와는 별도로 한국의 담배인삼공사 등과 합작으로 한국에 백신공장을 짓기 위해 9천만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백스젠은 이번 실패로 더 이상 신규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말 현재 이 회사의 현금보유액은 1천8백만달러에 불과해 앞으로 1년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