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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갖기 5개년 계획으로 「아파트」마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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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편은 한전에서, 아내는 남대문 국민학교에서 일하고있는 김일중 배원경씨 부부는 결혼한지 11년 동안 크고 작은 수많은 계획들을 성취해왔다.
내 집 갖기 5개년 계획을 꼭 5년 되는 해에 이루어 66년에는 15평 짜리 공무원「아파트」의 주인이 되었고, 다시 4년 후인 작년에는 25평 짜리「아파트」로 집을 늘렸으며, 앞으로 3년 후에는 잔디밭이 있는 아담한 저택을 갖기 위해 은행적금을 계속하고있다. 「텔리비젼」·냉장고·「파아노」 그리고 눈에 띌만한 가구들은 모두 이댁 주부가 영도해온 저축「플랜」의 결실들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주부로서 집안 살림과 직장생활을 함께 치러온 가장 큰 대가는 가계의 보탬이었다』고 이들 부부는 동의하고 있다. 남편 혼자서 벌어들였다면 집을 사는데 7, 8년은 걸렸을 것이고, 그만큼 남편은 사회생활이 피로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연세대대학원 상과와 숙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둘만의 힘으로 새살림을 시작한 이들 부부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살기가 힘든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아내의 매달수업이 가장 큰 내조의 힘이 되더라는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혼하자마자 상명여중 교사로 취직했던 배 여사는 3년전 『가계에 좀더 도움이 되고싶어』국민학교 교사가 되었고, 야간에는 신광여고에 가서 강의하면서 초·중 교사직을 겸한 때도 있었다.
『아내가 그렇게 열심히, 또 즐겁게 일하므로 말릴 수도 없었고, 말려도 듣지를 않았다』고 김일중씨는 말하면서 『일 안하고는 못살 사람』이라고 아내를 평한다. 자신은 충청도(논산) 태생이고 아내는 평양태생인데, 양쪽 지방의 성격이 잘 조화된 『좋은 배필』인 것 같다고, 4년 동안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는 부부사이를 즐겁게 자랑하기도 한다. 그만큼 남편은 중후하고, 아내는 생동미가 넘쳐 보인다.
『가계의 도움을 직장 가진 주부의 가장 큰 공헌이라고 말했지만, 그 이상의 진정한 도움은 직장생활에 대한 남편의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이 얼마나 애쓴다는 것을 알게되고, 미묘한 직장 안의 사정에 대해서도 눈치가 생기게 되니까 훌륭한 대학의 상대가 되어주거든요. 직장에서 무슨 골치 아픈 일이 생겼을 때는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속으로 끙끙 앓는 대신, 아내에게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나 오랫동안 「선생님」으로 근무해온 아내가 집에 와서까지 선생님 티를 내며 남편인 자기를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때만은 딱 질색이라고 웃는다.
『중학교에서 가르칠 때는 나 자신의 전공을 가르친다는데 대한 보람이 있었고, 국민학교에 와서 가르쳐 보니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이 있어요.』
이댁의 장남 성훈군(신 용산 국민학교2년)은 엄마의 오랜 직장생활에 부쩍 철이 들어 『연탄불 갈았나』『문단속 잘했나』『쌀은 얼마 남았나』에까지 챙기는 「꼬마 가장」노릇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어린아이답게 『엄마가 아파 집에서 쉬는 날을 가장 기뻐한다』고 한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엄마와 아빠는 의견을 주고받고 『3년 후의 「뜰이 있는 저택」만을 갖게되면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기로』합의를 했다. 그러나 배 여사는 직장을 그만둔대도 놀고있는 자신은 생각할 수도 없다면서 『취미를 살려 보석「디자인」을 겸한 가게를 내고 싶다』고 3년 후의 계획을 펼쳐 보인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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