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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간적인 공포감 비정의 동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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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뺑소니 차량이 날마다 늘어 인명재차란 말까지 나왔다. 잠시 차를 멈추어 돌보았다면 넉넉히 목숨을 건질 부상자 마적 매정한 뺑소니로 목숨을 잃기 일쑤이다. 교통량이 폭주한 오늘, 교통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위험부담이 많은 것. 상훈군 사건을 계기로 나타난 뺑소니차의 생태를 벗겨 인간회복의 지름길을 찾아본다.
모진 마음씨의 운전사도 많았다. 작년11월초 구로국민교2년생 김모양(9)을 친 번호를 알 수 없는 「택시」운전사는 김양을 학교 앞까지 싣고 가 돈1백원을 쥐어주고 그대로 뺑소니쳤다. 또 작년 초 어느 운전사는 독립문서 등교하는 육모양(9)을 치어 불광동 연신내 빈터에 내 버렸다. 육양은 발목뼈에 금이 가 꼼짝도 못한 채 운전사가 던져준 미끼 2백원을 손에 들고 울고 있다가 출근길의 행인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작년한해 뺑소니가 52건으로 서울시내서 가장 많았던 서대문경찰서의 경우, 이 같은 어린이 역상 유기가 90%나 됐다. 선량한 시민의 상식으로는 이해조차 가지 않는 뺑소니운전사들의 마음씨였다. 사고 순간 운전사는 누구나 극도의 불안감에 죄어들기 마련. 운전사가 사람을 치어 죽였을 때는 현행자동차 운수사업법의 면허행정처분 규정에 따라 사고운전사에 대해서는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사고는 밥줄을 끊는 공포로 운전사를 압박할 게고, 또 처벌을 두려워할게 뻔하다.
특히 사고운전사의 성품이 모질거나 처지가 집유기간 중으로 급박했을 경우 뺑소니는 거의 공식적이었다. 작년1년 동안 도주차량만을 다뤄온 서울영등포경찰서교통과 이종세 경장은 검거한 10여명의 뺑소니 운전사중 50%가 지문조회결과 각종 전과자였거나 우범성이 짙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성동구금호동서 친 중학생을 신당동 전욋과에 옮겨 놓고 달아난 「택시」운전사 C씨가 그 경우.
경찰조사결과 그는 역시 집유기간 중의 사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뺑소니쳤다. 성동 경찰서교통과 도주담당 맹진하 경사는 『첫 사고는 집유 선고가 보통이어서 잘 안 달아나지만 재차 사고를 내면 가중처벌이 두려워 백이면 백 모두 뺑소니친다』고 했다.
이 같은 처벌의 공포감은 뺑소니의 첫 도화선이었다. 지난 12월12일 서울 영2-7533호「택시」운전사 이영근씨(45)가 서대문구만리1가서 친 이귀순씨(33)를 세종로 옆 골목에 내버리고 달아난 것도 이 경우였다. 닷새 뒤 경찰에 잡힌 운전사 이씨는 사고 후 정신없이 친 이씨를 싣고 달리면서 『내일 만나 조용히 처리하자고 사정했으나 끝내 들어주질 않아 두판 잡고 내버렸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뺑소니는 형사책임의 공포 외에 치료비를 물지 않기 위해 달아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일 취업 첫날에 사고를 낸 이건우는 사고직후 두번이나 차주 집 앞까지 갔으나 차마 대문을 밀지 못하고 고민 끝에 피해자를 죽여 없애려다 구속, 끝내 청량리경찰서 안에서 자살했다.
중부경찰서 박창환 경사는 이 같은 도주는 『「택시」회사나 차주들이 치료비 뒷받침을 기피하기 때문에 잇따른다』고 분석, 자동차 보험제도의 제구실을 아쉬워했고 서울급행「버스」노조 구로 분회장 최성호씨는 『치료비 부담위협만 없으면 피해자를 내동댕이치고 비정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뺑소니가 늘어나는 것은 「스페어」운전사제도를 쓰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도 많았다,
연신내에 육양을 실어다 버린 운전사 이씨도「스페어」였고, 작년11월 하순 영등포구 당산중학교앞 인도에 뛰어올라 하학길의 학생6명을 한꺼번에 치어놓고 차를 버리고 달아난 운전사도 「스페어」였다. 「스페어」는 대부분 정 운전사가 단골식당이나 주차장에서 오다가다 만나 안 사이로 적당히 하루 차를 맡기는 것이 예사. 따라서 이들「스페어」는 운전자체부터 미숙한데도 두 사람 몫의 일당을 벌려고 설치는 바람에 사고율이 자연 높기 마련이다. 신분상 알려진 것은 성이 고작, 이름도 주소도 알 턱이 없으니 뺑소니치기엔 안성맞춤인 셈이다.
서대문경찰서 도주담당 박용철 순경은 이 같은 「스페어」운전사의 뺑소니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성동 경찰서 관계자는 『전회사의 해고증명서 없이는 딴 회사로 옮길 수 없게 취업증 제도를 강화, 우범「스페어」운전사를 가려내는 것이 뺑소니 방지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지난 한해 서울시내의 뺑소니는 총1천9백56건 발생에 1천7백11건을 잡고 2백45건이 아직 미제, 88%의 검거 율을 보였다. 전년보다 1백41건이 더 발생했으나 검거 율은 6% 떨어진 저조 율이었다. <김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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