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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에도 문 여는 영「이튼」교-전통 깨고 평민도 입학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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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의 명분「이튼」교가 5백년의 전통을 깨고 평민자제들의 입학을 허가할 것이라는 소식.
이와 같은 조치는 지난해 12월 교장으로 취임한 「미첼·매크럼」의 결단으로 곧 실현될 것이라고 한다.
1404년「헨리」6세가 창립한 이 학교는 『수상과 외교관의 양성소』라고 불릴 만큼 위세를 떨쳤었다.
최근에 수상을 역임했던 「처칠」「이든」「맥밀란」등이 모두 이 학교의 출신인 것만 봐도 명문의 성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튼」교의 특징이자 단점은 입학자격의 제한. 귀족의 자제가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으며 따라서 서민출신은 『수상자리를 향한 첫번째 관문』에서 탈락해버린다.
부자 2대가 같은 책상을 쓰고 똑같이 수상직에 올랐던 대「피트」·소「피트」의 신화는 바로 이러한 『특권적 출세』의 전형적인 본보기라할까.
이 같은 불평등이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여론은 일찍부터 있었다. 특히 노동당의 「윌슨」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영국판 『학원평준화』를 위해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진척되었던 것.
그러나 년2천「달러」(약60만원)가 넘는 공납금과 유형무형의 잡부금 때문에 설사 문호를 개방한다해도 서민들은 엄두를 못 내게끔 되어있었다.
신임 「매크럼」교장은 바로 이점을 시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밖에 「실크·해트」와 「턱시도」로 정장한 채 공부하던 것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평상복으로 바꿀 예정. 이것이 실현되기만 하면 『재학생의 60%가 아버지와 동창』이라는 「이튼」 특유의 전통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튼」의 모든 전통을 깨뜨리기로 작정한 「매크럼」교장은 단 한가지만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남녀공학만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세상이 뭐라 해도 『이것만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얘기이다.
「워털루」전투에서 「나폴레옹」군을 격파했던 「웰링턴」장군은 이 승리가 『「이튼」교의 운동장에서 준비되었다』고 말했다. 엄격한 규율과 신사도의 교육이 「승리의 밑거름」이었다는 의미.
그러나 모든 것을 평균치로 만들려는 민주주의의 거센 물결로 「실크·해트」의 「이튼」졸업생대신에 『더벅머리와 작업복의「이튼」』을 낳게 했다. <헤럴드·트리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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