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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열악한 아산장애인체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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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일러스트=심수휘.

아산시가 지역 체육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장애인 체육계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장애인체육회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했을 정도로 기반이 열악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애인 체육인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 1 아산성심학교 역도부 출신 임성빈(20·가명·지적장애 3급)씨. 그는 촉망 받는 역도 유망주였다. 학창시절 메달은 많이 따지 못했지만 코치와 감독 등 관계자들로부터 ‘발전 가능성이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하지만 임씨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역도를 할 수 없게 됐다. 아산지역에 장애인 역도 실업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으로라도 역도를 계속 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현재 임씨는 중소기업에서 체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배우며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 2 아산장애인 조정 연맹 소속 조연우(32·지적장애 3급)씨. 그는 10여 년간 장애인 조정선수로 활동하며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둬왔다. 충남도내 1위는 물론 아시안게임 동메달까지 따내는 등 장애인 조정선수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지역 내 조정 연습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은 조씨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복기왕 아산시장과의 면담에서 “아산장애인 조정선수들은 매년 전국단위 대회와 각종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도 지역 내 연습할 만한 공간이 없어 고생을 하고 있다”며 “아산 신정호를 연습 공간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복 시장은 “아산 신정호는 현재 농어촌 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편의를 봐준다고 모든 이들에게 자유롭게 아산 신정호를 개방하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조씨를 비롯한 아산 장애인 조정선수들은 현재 미사리, 예산 등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장비를 보관할 곳은 없어 수고로움을 더하고 있다.

# 3 아이스하키에 관심이 있지만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장애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아산 아이스슬레이지하키팀. 이들은 충남 유일의 장애인아이스하키팀이다. 이들은 아산시장애인복지관의 도움으로 올해 1월 창단해 동계장애인체전에서 4위 강남베드로병원배 전국장애인아이스하키대회에서는 3위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지원이 열악해 경북 의성이나 경기도 성남 등에서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훈련을 실시해왔다. 아산에는 충남에서 유일하게 국제적 규격을 갖춘 이순신빙상장이 있지만 대관을 허락 받지 못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장애인체육계 발전 위해 실업팀 결성 시급

아산시가 지역 체육계 발전을 위해 2016년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를 유치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 체육인들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아산 장애인 체육선수들은 뛰어난 기량과 꾸준한 노력으로 전국을 누비며 각종 메달 획득은 물론 ‘아산시’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열악한 여건, 운동장소와 장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고 있다.

특히 체육계 전문가들은 장애인 체육 및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업팀의 결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업팀이 있으면 특수학교에서 운동을 한 장애인 선수들이 졸업 후에도 연계해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산장애인 체육계 한 관계자는 “타 지역에 비해 성적은 우수한 편이지만 지원은 열악한 실정”이라며 “제대로 된 장애인 실업팀 조차 없어 실력이 좋은 선수들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타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아산시에서는 실업팀 결성은커녕 정식으로 인증된 장애인체육회조차 구성하지 못했을 정도로 기반이 열악하다.

아산시는 지난 2006년 충남 최초로 장애인체육회를 발족했다. 하지만 협회 활동이 미비하고 회장 선출에도 어려움을 겪자 충남체육회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체육인들은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또 다른 체육 관계자는 “지역 장애인체육회가 정식적으로 활동을 하면 실업팀뿐 아니라 장애인 생활체육 등도 활성화 될 수 있다”며 “천안시의 경우 성무용시장이 장애인체육회장을 맡고 있으며 여러 측면에서 장애인 체육 활성화에 이바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산시, 뒤늦게 개선책 마련 나서

아산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장애인 체육계의 열악한 현실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2016년 전국체전 폐막 후 열리는 장애인전국체전에도 대비하자는 취지다.

우선 충남장애인체육회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한 아산시장애인체육회를 제대로 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복기왕 시장을 회장으로 내세우고 장애인 체육에 대해 지식이 깊은 지역 인사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킬 예정이다. 또한 아산시 유일의 특수학교인 성심학교에 지원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성심학교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내년부터는 500만원 정도를 지원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동안 간식조차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내년부터 숨통은 트일 듯 하다”고 말했다.

  아산이순신빙상장에서는 아이스슬레이지하키팀에 연습장 대관을 고려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빙상장이기 때문에 자칫 안전상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지만 이른 아침시간이나 폐장 후 오후 늦게 장애인하키선수들이 쓸 수 있도록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아산이순신빙상장은 일반 장애인들을 위해 올해 여름부터 무료 스케이트 강좌를 개설했다. 현재 50여 명의 장애인들이 강좌를 듣고 있다.

아산이순신빙상장 관계자는 “국제적 규격을 갖춘 빙상장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하키팀에게 대관을 해주지 못했다”며 “시에서 안전장비 설치를 지원하고 장애인 하키팀에 대관을 수락하면 시간을 조율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고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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