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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형화하는 투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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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개발계획에 편승, 본격화했던 외국자본의 한국진출작전은 60년대 종반을 전기로 70년대를 향한 그 진출 패턴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차관에서 투자, 그리고 투자의 대형화에 이어 투자대상이 확대, 다양화하는 한편 기술협력과 대리점분야에서도 진입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실제와 그 배경 및 앞으로의 향방을 타진해보면-.
외국자본의 도입양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차관에서 투자로의 커다란 정책전환 테두리안에서 국내적으로 나타난 경쟁격화, 국산화 압력에서 비롯된 생산해제의 정비, 차관억제에 따른 추가적 자본조달방법의 변형등에 곁들여 외국동종업자간의 경쟁 및 세계경제 정세변화등의 외부적 여건변동이 가세하여 대규모 합작투자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간의 거래는 국내적이건 국제적이건 어느 한쪽의 이익만을 위해서는 성립될 수 없는것이며 설사 일방적 이익이 추구된다해도 그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62년에 아세아자동차에 75만달러를 투자키로 최초의 합작투자 인가를 받았다가 68년에야 실현을 본 미국 아이젠버그회사, 그리고 같은 계열인 파나마 UDI사가 한때 현금차관 제공의 주역을 담당했으나 최근에는 투자합자 형태로 변모했다.
지난 연말 쌍용양회에 4백만불, 동해전력에 4백만불씩을 투자, 쌍용양회에 26·6%, 동해전력에 46·9의 주식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쌍용계열과 파나마 UDI간의 합작투자는 민간현금차관이 금지된 상태아래서 쌍용측으로는 내자조달용 외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고 파나마 UDI측으로는 현금차관아닌 다른 유형으로 한국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방편이 된 것이다.
또 한국유리가 같은 업종의 일본판초자와의 합작투자외에 파나마 P1CA(아시아민간투자회사)로부터 5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75만달러의 전환사채를 투개공을 통해 PICA에 인수시키려는 것도 현금차관도입 억제에 따라 기업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가 차관처럼 대형화하는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한국시장에서 독주했던 미국 걸프·오일이 호남정유의 가동을 계기로 유류판매망 확보를 위해 유통부문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한전등 대주요처에 거액의 차관을 제공한 다음 70년에 들어서는 석유화학공장건설 자금의 차관부대 조건으로 지주비율을 25%에서 50%로 확대, 둔영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자기 나름대로의 경쟁체제를 정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진외국회사의 기술.투자.판매조직등과 제휴하여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미에서도 대규모 합작회사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일본의 삼양전기 및 주우상사의 투자 6백만불을 받아들여 1천2백만불규모의 전자제품공장을 차리고 잇달아 일본전기 및 주우상사의 투자 3백50만불을 유치, 7백만불 규모로 다른 유형의 전자제품 공장을 설립한 것이 좋은 예이다.
기술협력이나 대리점단계에서 대규모 합작회사로 발전하는 예도 적지않다.
미국 포드자동차와 기술제휴, 자동차의 CKD조립판매를 해왔던 현대자동차가 1천8백만달러 규모의 엔진주물공장을 포드와 50대 50의 투자비율로 건설할 것을 인가받은 바 있다.
또한 일본 삼능전기의 엘리베이터대리점을 경영해온 영진전기 역시 최근 합작투자로 생산공장을 차리기로 인가받은 바 있다.
기술의 후진성이 가장 두드러진 기계공업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합작붐은 정부의 국산화 압력이 가강 크게 작용한 것이며 외국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국산화부분을 뺀 나머지부품의 계속 공급과 완전 국산화후의 투자이윤을 노린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이다.
합작투자 역시 기본재 차관과 마찬가지로 외국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제품판로의 확대가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일어난 판매경쟁이 국내의 합작투자를 측진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경화섬이 69년에 일본제인과 폴리에스터공장에 대해 4백만불씩 50대 50 비율의 합작투자인가를 받아 연차별(4년간)로 투입을 시작하자 같은 폴리에스터 메이커인 일본 도오레이가 한국나일론과 한국폴리에스터 건설에 1백57만4천불을 투입, 합작회사 설립인가를 받은 바 있다.
이는 한국측 메이커들이 기업규모의 확대, 제품의 다채화 및 품질향상을 위해 선진 메이커와 합작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던 것이지만 일본안의 라이벌인 제인과 도오레이의 판매경쟁이 촉진제로 상당히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밖에 세계경제 추세의 변화, 특히 미국의 일본에 대한 전자제품 수입제한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이미 합작투자한 일본계 전자제품업체가 한국을 발판으로한 수출확대를 위해 투자로 기업규모를 확장하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 14만불(40%)을 들여 합작회사를 설립한 일본의 크라운전자가 최근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같은 세계경제 변화에 대비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이처럼 60년대 말기부터 여러 부문에서 대형합작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국내기업과 외국투자자들의 자발적인 방향조정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정부의 외자도입에 대한 기본정책이 변화한데도 더 크게 영향을 받고있다.
즉 차관주도형의 외자도입정책이 IMF와 상업차관한도를 선정하는 정도로 브레이크가 걸린대신 직·합작투자의 적극유치로 모든 창구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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