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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주말에 읽기엔 너무 무거운 기사들 많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2호 30면

9월 22일자 중앙SUNDAY 1면 머리기사인 ‘강소부국 오스트리아에서 배운다’ 특별기획은 지난주에 이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주 어느 TV에서도 ‘성장과 복지, 오스트리아의 선택은?’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등 오스트리아가 새로운 복지 대안 모델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온 심층분석 기사여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6~7면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너무 찬사일변도인 것은 의아했다. 더욱이 다음 날 ‘포퓰리즘, 그 다음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의 중앙일보 칼럼에는 경쟁이 없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현주소가 인용돼 있어 독자들이 혼란을 겪을 만했다. 또한 1면 사진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유세 모습이 실렸는데 아래 기사는 오스트리아 기획 기사여서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을 줬다. 오히려 이 사진은 메르켈 총리의 3선 연임을 가능하게 만든 원인을 미리 분석한 기사와 함께 실었으면 좋았지 않았나 싶다.

개천절을 앞두고 되짚어본 이승휴의 ‘제왕운기’ 기사는 시의적절했다. 옛날 역사시간에 어렴풋이 ‘발해사를 우리 역사에 편입시킨 사람’이란 정도밖에 배운 기억이 없었는데 이 기사를 통해 많은 공부가 됐다. 또한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모시는 인물들의 얘기도 감동적이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이승휴의 재조명이 아직도 삼척 땅을 못 벗어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정글만리』로 각광받고 있는 조정래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도 무척 흥미로웠다. 조정래 작가의 환하게 웃는 사진도 보기 좋았다. 『태백산맥』 이후 좌파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다음 소설 『한강』을 통해 박태준 회장을 영웅으로 쓰게 된 배경이라든가, 작가로서 따르고 싶은 롤모델로 빅토르 위고를 꼽은 이유, 부인인 김초혜 시인의 가족 이야기 등 훈훈한 내용이 많았다. 조정래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바라는 대신 우리 문학의 내실을 키우는 데 열성을 갖자”는 제안을 했고, 바로 옆 기사로 한수산 작가에게 들어보는 회답 인터뷰도 재치가 있었다.

 ‘스마트폰은 지금 여기를 넘어 이상향 잇는 영매’라는 제목의 김경화 도쿄대 조교수 기사는 흥미진진했다. 사람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해 모바일 미디어로 뭘 하길 원하는지를 언론학·통신공학·예술 등을 모두 아울러 인류학적 접근법으로 답을 찾는다는 얘기가 신선했다. 백남준 작품을 배경으로 한 사진도 보기 좋았다. 스포츠면에 실린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에 대한 기사에는 나달이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인터뷰 기사인지 불명확해 혼란스러웠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오스트리아 기획부터 10월 재·보선 정치학,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 불확실성 높아진 시장 등 깊이 있는 특집기사가 많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다 읽어보기 힘든, 전체적으로 주말에 읽기엔 너무 무거운 기사들이 많았다.



조유현 서울대 신문학과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고대행사와 출판사·잡지사 편집자를 거쳐 현재 세명대 미디어창작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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