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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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방지하자고 내세우는 여성단체가 있다고 들었다. 과자상자 속에 수표를 넣는다든 가, 금명 함을 새겨 가지고 인사를 치른다든 가 하는 음성적인 선물이 성행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가 짐작이 간다.
선물이라면 따뜻한 마음과 마을을 드러내 보이는데서 그쳐야 할 것이다. 알뚝배기 한 개 더 라도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져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선물이라면 우리들은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고 풍만할 수 있다.
늘 지내보는 일이지만 밤은 물건이 눈에 뛸 때마다 보내 준 사람의 살뜰한 모습을 떠올리게되고, 사용하면서도, 사용하고 나서도 따뜻한 병이 배어 있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 우리들의 마음은 새털 같이 가벼워짐을 깨닫는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 선물은 꿈을 길러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 밤은 선물의 빛깔이라든가, 모양과 크기는 우리들의 머리 속 한구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외할머니가 갖다준 빨갛고 파란 원색의 고무 꽈리가 그렇다. 꽈리를 너무 물면 입이 나온다는 어른들의 말도 안 듣고 몰래 불며 외할머니가 사는 멀고먼 동네는 꽈리 빛처럼 찬란하려니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가, 내 아이들에게도 꿈을 주기 위해 피난지에서의 그 모진 고생을 해가면서도 성탄일엔 작은 선물이라도 잊지 않으려고 했었다.
한 밤에 양을 치는 자고 양을 지킬 때 어둠이 아주 걷히기 전에 이 찬송을 잠들어 있는 아이들 옆에서 불러 주기도 했었다. 이 찬송은 어릴 때 내 어머님이 성탄절이면 즐겨 부르던 찬송이다.
아이들은 쉬이 눈을 뜨고 바깥에 놓인 저희들 신발 위에 선물이 놓여있나 없나를 살피려고 분주히 나간다. 샌터클로스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들한테만 선물을 갖다준다고 누누이 들려주었기 때문에 저의들은 착한 아이들이라고 스스로 믿고 좋아들 했다. 그 아이들이 이제 다 자라서 철이 들대로 들었건만 그때 불러준 찬송을 천사의 노래로 알았다면서 아직 즐겨 부르고 한다.
선물이 슬퍼지는 경우도 있다. 밤은 선물은 남아 있는데 보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있지 않게 된다면 슬픔을 넘어서 허무에 이르게까지 된다. 사람은 가고 없고 물건만 남았구나.』이런 아픈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 그 물건을 두고두고 소중히 아끼는 까닭은 허무를 더욱 더 깊이 깨닫자고 함에서일 것이다.
허무가 세상 물욕으로부터 우리들을 건져주려 하니 그것도 좋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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