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과 함께 45년|「하은 생물학 상」받은 조복성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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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에겐 노벨상 못지 않습니다.』45년간 곤충과 벗하면서 지내온 조복성 박사는 12일 받은 하은 생물학 상(제2회)을 이렇게 말한다. 65세로 지금까지 줄곧 지켜온 교단을 떠나면서 아마도 마지막 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선천적인 취미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지요』라고 말하는 조 박사는 그 동안 곤충만 연구하여 세계학계에 한국의 곤충을 소개해왔다. 그 동안 발표한 논문만도 1백여 편에 달하며 『원색 조선의 접 류』외 10여권의 저서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곧잘 한국의 파브르라고 부른다.
조 박사 자신도 이 말을 굳이 부인만 하려고 는 않았다.
다만 파브르와는 다른 데가 있어요. 그는 곤충생태학을 전공했고 나는 곤충분류학만 했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준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곤충의 학명에 조 박사의 이름이 인용된 것만도 4종이나 있으며 그가 명명한 곤충이 6종이나 있다.
『곤충표본이 몇 개나 되는지 알수 없어요. 책도 숫자를 모르고 있습니다. 다만 하늘소의 표본만도 1백 상자는 넘을 겁니다』라는 조 박사는 45년간을 발(족)로 공부하고 연구했다. 한국지도를 꺼내놓고 직접 돌아다녔던 곳을 빨간 연필로 칠해보았더니 온 지도가 빨개 지 더 라면서 금강산만도 12번인가를 다녀왔다고 일러준다. 국내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를 거의 다 편력했다고 이야기를 잇는다.
일제 시 경성제대 예과의 동물학 교수였던 삼위삼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조 박사는 그와 함께, 혹은 혼자서 대만·만주일원·내몽고·일본·중국본토 등을, 그것도 만주는 여섯 번씩이나 돌았다고 한다.
상금으로는 무엇을 하겠느냐는 이례적인 물음에『빚이나 갚아야겠다』면서 학문하는 사람들이『신바람이 나도록 해줘야한다』고 입을 다문다.
하은 생물학 상은 하은 정태현 박사(88)가 자신이 받은 상금 1백만 원를 기금으로 창설한 상이다. 지난해 제l회는 식물학의 박만규 박사가 받았으며 해마다 생물학분야에 가장 큰 학문적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는 이 분야의 유일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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