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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장관, 사퇴 결심 굳힌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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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서울 계동 복지부 청사로 출근하면서 “장관직을 그만두실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진 장관은 특별한 언급 없이 장관실로 직행했다. 거취 문제에 대해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퇴할 거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고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으로 미뤄 사실상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분석이 복지부와 여권 주변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 진 장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진 장관이 언제 사의를 정식으로 표할지는 모르지만 내심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4시30분 귀국한 진 장관은 인천공항에서도 기자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를) 갔다 와서 (사퇴 발표를) 하려 했는데 밖에서 일이 벌어져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공약 축소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 장관은 “2주 전부터 복지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사퇴하는 것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도리이고 책임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계와 무력감을 느껴 그만두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도 덧붙였다.

 자신이 장관직을 물러나려는 이유는 와전됐지만 사퇴 결심은 유효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진 장관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복지부 장관으로서 열심히 해 보려 했는데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다”며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꽉 쥐고 있고, 인원은 안전행정부가 꽉 쥐고 있고,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했었다.

 정부는 진 장관의 사퇴를 만류하고 나섰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5일 오후 4시30분 사퇴설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정부 서울청사 총리집무실을 방문한 진 장관에게 “(사퇴 문제는)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무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업무 피로도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 그만두겠다는 말을 주변 한두 군데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정 총리는 “(해외 순방 중) 그런(사퇴) 얘기가 나온 것 자체가 절차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지만 더 이상 문제를 삼지는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총리실 관계자는 “진 장관의 사퇴 논란과 관련해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것은 정 총리가 진 장관과 만난 이후 직접 밝힌 내용”이라며 “진 장관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관측과 달리 진 장관은 사퇴의사를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의 한 지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에 사퇴설이 흘러나와 물의를 일으킨 데다 기초노령연금안이 발표된 민감한 시기임을 감안해 정 총리 앞에서 뚜렷이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일 뿐 사퇴 결심엔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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