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자기조절 능력 아이보다 낮은 62.7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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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엄마는 화부터 내요. 말을 해도 자기 얘기하기 바쁘고. 아예 대화를 않는 게 최선이죠.”(서울 강서구 A중 3학년 여학생)

 “아이들 상담해 보면 감정조절에 서툰 부모님들이 많아요. 목소리부터 커지면 아이들은 마음을 닫죠.”(서울 양천구 B중 2학년 담임교사)

 어른은 아이들보다 감정 조절을 더 잘할까. 상식적으로 보면 그럴 것 같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달랐다. 경희대·중앙일보 인성지수 조사에서 중학생들의 자기조절 점수는 64.3점이었다. 부모는 학생보다도 낮은 62.7점이었다. 중학생의 19%는 ‘부모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맞은 적이 많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잘못된 소통 방식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부모와 수직적 관계를 맺고 자란 어른들이 수평적 관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과거의 억압적 방식으로 교육하면서 갈등이 생겨납니다.” 경희대 김중백(사회학) 교수는 “자녀는 부모를 권위주의적이라 생각하고 부모는 자녀가 버릇없다고 여기면서 대화의 틀이 깨지고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활동의 높은 스트레스도 원인이다. 중2 자녀를 둔 최모(45·여)씨는 “일 끝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라며 “조그만 일에도 아이에게 쉽게 짜증내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희대 지은림(교육학) 교수는 “사회활동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클수록 자녀에 대한 이해의 폭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청소년기는 자아가 확립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긍정적 생각과 감정을 통제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게끔 해야 한다”며 “어른들부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아이들 얘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성시윤·윤석만·이한길·김혜미·이서준 기자
◆경희대 연구팀: 정진영(정치학)·김중백(사회학)·김병찬(교육행정)·성열관(교육과정)·지은림(교육평가)·이문재(현대문학)·김진해(국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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