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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닉슨 보루|임기 절반을 보낸 업적 평가|L·A·타임즈=맥스·러너 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임기의 절반을 보낸 지금 「닉슨」대통령의 공과와 재선의 전망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사실 그의 주가는 별로 높지 않다. 이렇다하고 내세울만한 업적이 거의 없는 반면 실정은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한때 엄청나게 어려울 것으로 보인 재선 가능성은 지금도 크게 혼돈 되고 있다.
범세계적인 관점에서 불매 「닉슨」은 미군철수의 서막을 열었고 반전운동도 많이 김을 뺐다. 그러나 「전쟁의 종결」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국내문제에서 살펴보면 도시와 학원폭력이 크게 줄어든 것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경제시책은 실패였으며 지난 중간선거 때의 선거운동전략은 이런 실정을 더욱 노출시켰다. 「닉슨」은 미국민의 단결방법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잘 먹혀 들어가지 앉았다. 게다가 국민들은 그가 이 문제를 최대급선무로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닉슨」의 장래에는 어두운 구름이 끼어있다고 진단된다. 「휴·스코트」상원 공화당원내 충무는 다음 72년 선거 때 「닉슨」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솔직이 시인했다.
72년의 지명대회 때까지 20개월을 남겨놓고 「닉슨」이 전략의 재구성과 윤색을 고려했을 것은 틀림없다. 얼마 전 「라이프」 지에 소개된 『젊은 시절의 「닉슨」』특집에는 해군장교 「닉슨」을 『교묘하게 허풍을 떠는』 「포커」꾼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얘기는 지난 중간선거 때의 행적 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료라 할 것이다.
그는 다은 선거를 위한 선전작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몇명의 「새 얼굴」을 선뵈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및 명의 각료가 경질된다해도 「닉슨」의 「이미지」가 쇄신될 것 같진 않다.
문제는 그가 「트루먼」대통령처럼 공직에서의 경험을 토대 후 점차 성장해서 자신의 옛 「이미지」를 일신한 뒤 새로운 영상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인물인가 하는 데 있다. 「닉슨」은 완강한 반대파들에게서 신망을 받으려하는 「타인이이 결코 아니다. 여기서 내가 『완강한 반대파』라고 한 것은 온건파와 자유주의자들을 가리킨다.
만약 「닉슨」이 이러한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쯤 72년 선거에서 무적의 후보로 되었을 것이다.
그가 안고있는 문제들은 말하자면 부분적으로 「포커」꾼들이 「허풍」이나 「공갈」을 떨고 기뻐하는 것 따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점에서는 이것 이상으로 큰 문제가 있다.
사실 우리들가운데는 「닉슨」을 일종의 기회주의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퍽 많다. 그러나 나는 「프랭클린·루스벨트」 대통령보다는 아마 덜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시야를 넓혀서 본다면 「닉슨」은 수요문제에 관한 한 완고한 관념논자라 할 것이다. 그가 한때 칭찬했던 「우드로·윌슨」처럼 그는 스스로 틀을 잡아놓은 「독트린」을 금과옥조로 따른다.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전형인 이들 두 대통령은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가 만약 좀 더 기회주의적이었더라면 지금처럼 곤란한 입장에 빠지지는 앉았을 것이다.
이 점은 두 가지 주요부문에서 그러하다. 하나는 월남평화를 매듭지으려는 노력으로 「파리」회담에서 덜 이념적이라면 그는 「풀브라이트」나 「해리먼」 같은 사람으로부터 「안수의 예」를 받을 판이고 여로보로 호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정책과 연관된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도 물가와 노임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이 자유기업체제의 자율적 기능을 고수하는 그의 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 물가와 노임억체를 위한 지침발동에 움츠리고 있다.
만약 「닉슨」대통령이 이제 와서 신념을 바꾼다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둘러싸고 그가 「흐루시초프」와 벌였던 역사적인 부엌논쟁」을 되돌아 볼 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해서 「닉슨」대통령은 그의 「이데올로기」에 너무나 밀착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와 정책을 새롭게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이 진단이 맞는다면 72년의 민주당 대통령후보지명이야말로 민주당의 「제신」들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차지하려는 쟁취물로 될 것이다.
만약72년에 승리하는 민주당의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한다면 76년에 눈을 돌려 진단을 내려본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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