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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공납금의 자율철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립 중등학교장 연합회는 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지난9월이래 그들이 거듭 천명해온 ①사립중학에 대한 전반적인 국고보조와 ②사립고교운영비의 자율적 징수인정 등 문교당국에 대한 두 가지 요구조건의 관철을 거듭 확인하는 한편, 그것이 여의치 않았을 때 내년도 중학무시험 진학자의 배정을 거부하겠다던 당초 결의만은 이를 철회키로 했다고 한다.
사 학교장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지난 2일 문교부가 발표한 내년도 초·중교 공납금의 일부조정에 대한 명백한 반발로 해석되는데 우리는 사학 측의 이러한 요구의 절실성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우리의 소견을 밝혀두고자 한다.
『노·서브시디·노·인터피어런스』-즉 국고보조를 주지않는 한, 간섭이 있을 수 없다는 사학의 자율원칙은 오늘날 민주국가교육제도운영상 하나의 확립된 관행이라 합 것이지만 우리가 우리 나라 사학 측의 요구에 좌단하는 것은 반드시 전술한·원칙론을 지지하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본 난은 이미 누차 준 의무 교육기관화 한 사립중학에 대하여 국고보조를 주어야 할 당위성을 지적한바 있지만,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까지를 포함한 모든 사학재정의 자율적 운영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타당성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선 각급 학교 공납금을 일률적인 관권통제 하에 둠으로써 나타난 폐단은 불가피하게 교육의 자주성을 청치는 근원이 돼왔을 뿐 아니라, 그밖에도 각종 명목의 잡부금을 성행케 하여 학부형들의 부담을 도리어 가중케 했을 뿐더러 이로써 교사 및 학교당국의 위신을 여지없이 추락케 하고 학원 부패의 온상이 여기에 조성됐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당국은 10여년 째 잡부금 일소라는 명분아래 정상적인 공납금 외에 이른바 사친회·기성회·학교육성회 등 이중조직을 만들어 그 회비징수액까지를 일률적으로 규제했던 것이나, 각급 학교는 그 이외에 또 이른바 잡부금 말고서도 실헙실습비·시청각 기재비·보건비·연료비·체육비·도서비·신문대·교지대·교련비 등 무려 10여종의 정기적 납입금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허다할 명목의 수시적 공납금을 그때마다 버젓이 별도징수 함으로써 모자라는 학교경상비는 언제나 학부형 부담으로 사실상 전면 보충해 왔던 것이 공연의 비밀이었다.
이리하여 우리 나라 전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총액은 69년중 국가 및 공공단체가 부담한 공교육비 4천84억3천여 만원의 2배가 넘는 1천56억2천4백여만원의 거액에 달했었다는 것이 중앙교육연구소의 공식보고에서도 지적된바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므로 사학 측 입장에서는 물론, 학부형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학에 대한 획기적인 국고보조가 불가능한 한, 차라리 각종 공납금의 비율을 단일화하고 그 금액은 각 학교와 지역별로 차등을 두게 합으로써 학교마다의 자율적인 공납금책정을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하여 우리가 공납금에 관한 문제를 전적으로 사학경영자의 자의에 일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감독관청인 문교부로서는 미리 세분된 공납금 책정기준을 고시하고 그 중에는 특히 징수된 공납금 중 일부를 장학기금으로 학생들에게 다시 환부케 하여 가정형편이 곤란한 학생을 돕는 고처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 각 학교별 예산과 그결산 내용 등은 이를 매 학년초와 학기말에 교내 외에 공개토록 하는 의무를 과함으로써 학생 공납금이 조금이라도 직접적인 교육용도 외에 유용되는 사례가 없도록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실지로 오늘날 우리 나라 사학 중등교 들이 직면하고 있는 재정적 궁핍도는 국가적 견지에서도 결코 방관을 불허할 만큼 심각한 것이 실정이다.
최대의 긴축으로 성실한 교육운영의 모범이 될만한 학교일지라도 사립 중등교 1교당 평균4∼5백만원의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은 그들의 재정제표를 엄밀히 검토 분석해 볼 때 누구도 인정할 수 있는 엄연한 사실임을 부인치 못할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문교 당국이 여전히 학기마다 되풀이되는 얼마간의 공납금인상조정으로 사태를 미봉적으로 호도하려는 것은 우리 나라 중등교육의 절반 이성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교육의 진흥을 위해 이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부책임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며 당국은 모름지기 이번 사학 측의 건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조치를 즉각 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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