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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육의전 터에 빌딩 짓고, 유적 관리 나몰라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 종로2가 대로변의 연면적 4452㎡, 지상 9층짜리 상가 건물 ‘육의전 빌딩’이 문화재 보호 논란에 휩싸였다. 종로구청이 건물주 이모(70)씨를 매장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근 종로경찰서에 고발한 것.

  사정은 이렇다. 건물주 이씨는 2007년 종로2가 탑골공원 옆 부지에 건물을 짓기 위해 터를 파다가 조선시대 육의전의 기단부(基壇部)와 도자기 파편 등 유물을 발견했다. 문화재청은 2008년 9월까지 발굴조사를 거쳐 현장을 보존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씨는 유적지 전체를 유리관으로 씌우고 지하 1층을 ‘육의전 박물관’으로 만드는 조건으로 건물을 올렸다. 건물은 2010년 준공됐다.

 하지만 박물관 개관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지난해 8월에야 이행됐다. 그러나 그것도 시늉내기식이라는 게 종로구청의 판단이다. 최근까지 박물관 등록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황평우 육의전 박물관장은 “건물주가 제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운영 경비를 조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종로구청은 지난 9일 “유적지 관리를 소홀히 한다”며 이씨를 매장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구청 관계자는 “ 건물주 이씨가 유물 수장고와 같은 부속시설을 짓지 않고 박물관 등록을 미루고 있다”며 “박물관을 항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건물 사용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법을 어겼다고 판단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육의전(六矣廛)은 비단·명주·종이·어물·모시·무명 등 6개 주요 물품을 궁중과 관청에 납품한 조선시대 공식 상점이었다. 태종 12년(1412년) 광화문 사거리부터 종로5가의 도로변에 2000여 칸이 조성됐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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