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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원조 따져보니 기아 스포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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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991년 처음 공개된 기아차 스포티지.

1980년대만 해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쉽게 들을 수 있는 용어가 아니었다. SUV 자체가 새로 만들어진 카테고리인 데다 비슷한 역할을 하던 다목적 차량은 보통 크라이슬러의 브랜드 ‘지프’에서 유래한 ‘지프차’로 부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군인 또는 군인과 다름 없었던 일부 공무원을 제외하면 도시에서 지프를 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런 지프를 오늘날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SUV로 만들어 준 것은 상당 부분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덕이다.

 스포티지는 세계 최초의 도심형·승용형 SUV로 불린다. 픽업트럭을 개조한 기존 SUV들과 달리 차체의 무게 중심을 낮추고 내부 공간을 넓혀 마치 승용차를 운전하는 것 같은 주행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외관도 각지고 투박한 전형적인 SUV들과 달리 유선형의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확실하게 차별화했다. 길이도 4045㎜에 불과할 정도로 아담했다. 제원만 보면 소형 SUV의 선조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1991년 도쿄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스포티지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스포티지는 공동개발 파트너였던 포드가 일방적으로 철수하면서 기아차의 엔지니어들이 악전고투 끝에 만들어낸 사실상 최초의 독자 모델이었기 때문에 더욱 값어치가 높다. 이 차량은 개발 직후 파리 다카르 랠리에 참가해 보란 듯이 완주해내면서 기아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스포티지가 등장한 이후 혼다 CR-V, 도요타 라브4, 포드 이스케이프 등 유사한 개념의 차량들이 속속 출시됐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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