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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행협상의 문제점과 변제교섭|기지촌의 부도 미군 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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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주한 미군의 일부 철수에 따른 기지촌 주변의 주민들과 미군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가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군에 외상을 주거나 돈을 빌려준 기지촌 주민들은 이들이 채물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 법원에 소송을 재기,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해외로 전출하거나 고의로 채무 관계를 거부할때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법무부는 이같은 사실을 중시, 원만한 해결을 짓기 위해 미군 당국과 협의중이다.
법무부는 미군 당국과의 구체적인 협의자료를 얻기 위해 ①미군과 한국인 사이의 채권·채무액 ②채권·채무가 생긴 원인 ③당사자들의 이름 등을 조사 확인하여 보고할 것을 각 지구 배상 심의위원회에 지시했다.
미군(「카투사」 등 구성원 포함)과 한국 측 사이에 일어나는 각종 분쟁을 처리하기 위해 한미 행정협정이 발효된 것이 67년2윌9일(민사 청구권 조항은 67년8월9일).
한미 행협 운용이 만 4년째로 접어들기까지 절차 규정의 미비 등에 따른 문젯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한 미군의 일부 철수에 따라 순수한 채권·채무 관계에 대한 법적 보장이 다시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한미 행협 중 형사 재판권 조항(22조)보다 6개월 후인 67년8우러9일부터 발효된 민사 청구권 조항(23)조은 ▲미군의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손해배상사건과 ▲비 공무집행 중의 손해 배상 사건으로 나누어 처리토록 되어있다.
공무집행 중의 미군이 불법 행위로 한국 측에 손해를 주었을 때는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 행위를 했을 때와 같이 국가 배상법 등에 따라 처리된다.
피해자는 각 지구 배상심의위원회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심의위원회 결정에 불복할 경우에는 한국 법원에 국가 상대의 손해 배상을 청구, 승소할 경우에는 2심 판결부터 채권 확보를 위해 가압류까지 할 수 있다.
공무집행 중이 아닌 미군의 불법 행위로 손해를 입는 경우는 한국 정부의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미군 측에서 보상금 지급 여부를 경정하게 되며 이 지급 결정에 피해자가 동의할 때는 가해자가 아닌 미군 당국으로부터 직접 받게 된다.
공무집행 중의 사건에 대해서논 공무원의 불법 행위때와 같이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지급하지만 6개월 후 미군 측으로부터 이 금액을 돌려받는다. 다만 미군 측에만 잘못이 있을 때는 미측이 75%, 한국 측이 25%를 부담하며 ②양측에 잘못이 있거나 책임소재가 불 명확할 때는 양측이 50%씩 부담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군의 비 공무 집행중에 일어난 손해 배상 사건에 대해 미군 측의 지급 결정에 불복할 경우와 외상값, 대여금 등 순수한 채권·채무관계인 것이다.
이런 경우는 행협 규정에 따라 한국 법원에 소송을 재기할 수 있으나 절차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강제 집행 등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소송이 계류중인데도 채무자인 미군이 해외로 전출되었을 때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되고 만다. 이밖에도 소ㅈㅇ 송달시기를 본인에게 전달되었을 때, 또는 소속 부대에 송달 되었을 때로 보느냐는 점 등 많은 법률 문젯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행협 규정에는 부대 안의 미군 사유 재산에 대해 강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잇으나 사병의 경우 압류 대상의 동산이 사실상 없다는 것과 봉급에 대한 압류는 미국 법이 이를 금지하고 있어 강제 집행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측은 25일에 열린 한미 합동위원회에서 소장만은 본인에게 송달하고 나머지 기일 소환장 등 관계 서류는 소송 대리인이나 연락 사무소에 송달하는 것으로 끝낼 것, 소송 계류 중 당사자의 해외 전출을 하지 말 것, 법원의 판결로 인정된 정당한 채무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고려를 해줄 것 등을 요구, 부분적으로는 미군 측의 협조 무드가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 청구권 조항이 발효된 67년8월9일부터 지난8월9일까지 만3년 동안 미군 측의 불법 행위(공무집행중 과 비공무 집행 중 포함)에 대해 손해 배상을 신청한 사건은 모두 2천2백55건에 달했으나 이 중 1천5백61건에 대해 1억7천8백26만여원의 배상금이 지급됐다.
한국정부가 지급한 1억7천8백26만여원 중 미군 측과 한국 정부측의 부담 비율에 따라 1억8백77만여원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로부터 상환 받았다.
사건 내용별로 보면 미군의 기동 훈련 때 입은 공작물 피해가 6백39건으로 가장 많고, 차량에 의한 인신피해가 5백59건, 차량충돌에 의한 차량피해가 3백63건으로 되어 있다.
공작물 피해가 가장 많은 것은 69년3월에 있었던 「포커스·래티너」작전 때 전답의 피해가 2백76건(7백여만원)이나 포함됐기 때문이다.
배상액중 가장 많았던 것은 전북 익산군 팬텀기 추락사고에 지급한 7백90만원이었다.
국제법상 외국에 주둔한 군대는 외교 집단으로 보아 형사·민사상의 면책특권으리 갖는 것이 원칙인다. 상대방 국가의 주권을 존중하여 행정협정을 체결, 모든 분쟁을 원만히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 국가의 수권을 존중한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최선의 제도를 갖게되는 지름길인 만큼 행협운용의 성립 여부는 미군 측의 자율적인 처리에 달려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심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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