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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기온 역전 현상 때 발생, 시민 폐부도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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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나라의 이른봄과 늦가을 날씨는 뽀얀 안개가 동양화적인 정취를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선조들이 산수화를 즐겨 그렸나 보다.
오늘 서울 남산길에서 바라보는 안개는 의미가 달라졌다. 그것은 안개가 아니다. 현대 문명의 소산이라는 이른바 「스모그」 현상이다.
저 뽀얀 하늘 밑에 3백32t의 매연이 고스란히 깔려 있다. 이것을 5백50만 시민이 1분에 열일곱번씩이나 들여 마시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공포 마저 일으킨다.
3백32t이란 「칼라」의 눈이 포착한 시간인 상오 11시까지의 추정량이다. 서울 하늘에 뿜어 대는 하루의 매연량은 8백30t. 8t「트럭」 l백4대분이다. 전국에 l년간 쏟아지는 매연량은 석탄에서 1천5백만t, 기름에서 6백37만㎘다.

<연기(스모크) 안개(포그) 합성어>
「스모그」(smog)란 영어의 「스모크」(smoke=연기)와 「포그」(fog=안개)를 합쳐 만든 합성어다. 요즈음 와선 「뉴요크」의 「스모크」와 「헤이즈」를 합친 「스메이즈」, 「엘파소」의 「스모크」와 「더스트」를 합친 「스머스트」란 말까지 등장했다.
「스모그」 현상은 흔히 기온 역전층이 형성됐을 때 짙은 안개가 끼었을 때 발생한다.
기온 역전층이란 지상 수십m까지 찬공기가 깔리고 그 위에 더운 공기가 덮인 상태다. 밑의 공기가 위보다 무겁기 때문에 안정되어 공기 속의 오염 물질이 퍼져 나가지 않고 그대로 깔린다.
매연 속에는 흡습 물질이 있어 여기에 공기층의 물기가 응결되어 안개를 끼게 한다. 「런던」의 안개는 석탄 매연에 의한 것으로 유명하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 「콩죽 안개」라고까지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 「런던」의 유명한 콩죽 안개는 사라졌다. 56년부터 연기 나는 연료를 일체 금지시켰고 환경성이란 정부 부처가 탄생할 정도로 전시민이 안개 소거 작전에 노력한 결과다.
서울의 「스모그」는 자동차의 매연이 더 큰 원인이다. 유해 「게스」인 아황산 「개스」·일산화탄소·먼지의 양을 연세의대 공해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출퇴근 시간인 상오8시와 하오8시가 「피크」를 이룬다.

<런던형과 로스앤젤레스형>
평소에는 바람과 상승 기류에 의하여 어느 정도 대기 속으로 확산돼 나가지만 짙은 안개가 덮이면 안개에 각종 유해 물질이 흡착되어 버린다. 매연이 핵이 되어 안개를 끼게 한 경우와는 반대의 현상이다.
「스모그」는 세계적으로 전형적인 두가지 형이 있다. 「런던」형과 「로스앤젤레스」형이 그것. 그 밖의 지역은 이 두가지 형의 중간형이다.
「로스앤젤레스」형은 이제까지의 「스모그」 현상과 전혀 모양이 다르다. 즉 「런던」형은 이른 아침,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을 때 발생하며 주로 호흡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로스엔젤레스」형은 한낮, 기온이 높고 맑은 날씨에 발생한다. 눈이 따갑고 「타이어」가 딱딱 갈라지며 나뭇잎이 말라비틀어진다.
우리 나라의 「스모그」는 어느 형에 속하는지 아직 조사된 바가 없다. 동경의 경우만 해도 수많은 학자가 몇 해를 두고 규명했지만 아직 밝히지 못했다.

<미 영보다 심한 서울·부산>
「스모그」 현상의 뚜렷한 특색은 소위 오염물의 광화학 반응이다. 아질산 등 1차 오염물이 대양 광선에 의하여 오존을 생성한다. 이 오존을 지난 68년에 서울시가 검출했다. 오존은 다시 일광에 의하여 대기 중의 유기물과 화학반응을 해서 유기물 즉 「스모그」가 생성된다. 대기의 유기물은 석탄·석유 성분 속의 각종 탄화수소들이다.
아황산「개스」가 「스모그」를 촉진한다는 설이 있다. 「런던」형은 아황산이 주역이다. 우리 나라의 유류는 세계에서 가장 아황산「개스」가 많이 발생하는 중동 지방산이다.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의 대기 오염도는 미·영·불·독 선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정부는 내년도 공해 방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올해 예산의 절반으로 줄였다. 1천1백만원의 예산은 공해 정밀 조사 차량 1대값 1천7백만원도 안 된다.

<신경 질환 유발, 차량이 원흉>
콩죽 안개가 없어지고 20년만에 죽음의 강 「템즈」 강물에서 고기가 잡혔다는 「런던」의 경우는 너무나 사치하게 보이는 것일까. 지금은 경제 건설에 눈을 돌리 때라는 정책상의 탓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서울 대기 오염의 원흉은 차량이다. 6만대의 차량 가운데 자가용이 50%이상이고, 이들 차량에서 뿜는 매연 가운데는 아황산·일산화탄소·아질산 등 유해 「개스」가 대중 교통 수단인 「디젤·버스」에서 보다 많이 나온다.
특히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휘발유에 첨가한 연은 축적되고 신경 계통의 마비를 초래한다.
경제력 증강의 대의 명분과 승용차의 공해, 소수의 편의와 다수의 피해, 이들 사이에는 풀리지 않는 모순이 있다. 『잘 산다』는 의미에서 경제력을 빼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느낌이다.
공해, 반드시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해야만 공해는 아니다. 남을 주먹으로 치고서도 상처가 나지 않으면 상해가 아닌가. 공해의 피해는 보이지 않는 속에서부터 멍드는 것이다. 【글 김현방 사진 양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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