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 화투와 방정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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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시작부터 노름 얘기하기가 좀 뭣하지만, 고스톱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세명이 고스톱을 칠 때면 일곱장씩 나눠 갖고 바닥에 여섯장을 펼친 뒤 나머지는 무더기로 엎어 놓는다.

그런데 과연 세명이 고스톱을 칠 때 일곱장을 들고 여섯장을 펼쳐 놓는 것만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조금 골치 아플지 모르지만,이 상황을 한번 방정식으로 나타내 보자.

나눠 주는 화투 장수를 x라고 하고, 바닥에 까는 장수를 y라고 하자. 우선 세사람이 가진 화투의 합은 3x다.

가운데 엎어 놓는 무더기의 화투도 사람들이 들고 있는 수와 같아야 한다. 그래야 판이 끝날 때까지 모두 한번씩 젖힐 수 있다. 결국 엎어놓은 무더기도 3x가 되고, 여기에 들고 있는 장수를 더하면 모두 6x가 된다.

이 6x에다가 처음 깔아 놓는 장수 y를 더하면 화투장의 총 수인 48이 돼야 한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6x+y=48'이다.

x=7,y=6,그러니까 일곱장씩 나눠 갖고 6장을 까는 것은 이 식을 만족한다. 그뿐 아니라 x=6,y=12도 답이 되고, x=5,y=18도 가능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중에 게임의 재미 등을 생각해 지금 같은 고스톱이 생겼을 것이다.

사람이 네명이면 어찌될까. 화투 x장을 네명이 들고 있으므로 4x, 그에 따라 엎어 놓은 무더기도 4x, 처음 깔아 놓는 패는 y, 그리해서 '8x+y=48'이라는 식을 얻는다. 해답은 (x=5,y=8),(x=4,y=16) 등 여러개다.

고스톱에서는 왜 이렇게 많은 답이 나오는 걸까. 세명이 놀이를 할 때 얻었던 식'6x+y=48'을 보라. 우리가 정해야 할 숫자는 x(나눠주는 패의 수), y(깔아 놓는 화투장 수) 두개 인데 식은 하나다. 이처럼 모르는 수(미지수)의 개수가 식의 수보다 많으면 답이 여러개 나온다.

혹시 현재 학생이거나, 중학교 시절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를 '부정방정식'이라고 한다는 기억이 날 것이다. 답을 딱히 하나로 정할 수 없다는 뜻에서 '부정(不定)'이라는 말을 앞에 붙였다.

방정식에서 미지수를 나타낼 때는 주로 x를 쓴다. 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데카르트다. 하필 x를 사용한 이유는 x를 많이 쓰는 프랑스어의 특징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인쇄소에서 x라는 활자를 많이 갖고 있어 여분으로 쓸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이를 알뜰하게 이용한다는 취지에서 x를 선택했다고 전해온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건 기록을 'X-파일'이라고 하는 것도 미지수를 나타내는 x에서 연유한 것이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 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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