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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넓힐 달 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9월 무인 루나16호로 달 암석을 채취해온바 있는 소련은 이번엔 무인 루나17호에 싣고간 달 탐사 차(루노호트 1호)를 달 위에서 구르게 하는데 성공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무인 달 암석 채취나 무인 차량에 의한 달 암석 채취 및 분석과 같은 방법은 사람이 직접 달 암석을 채취하는 것에 비해서 뜻 있는 데이터를 얻어내기가 어렵다.
우주비행사들은 직접 현장에서 암석의 색깔, 크기, 모양, 발로 밟아본 경도 등을 확인한 다음에 암석을 선택해서 채취하기 때문에 자료로서의 가치가 무인으로 아무렇게나 채취한 것보다는 훨씬 높은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달 탐사를 위한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지니고 다니는 산소 통의 크기라든지, 시간 (현재4시간)이라든지, 관측 장치 따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걸어다니는 거리에도 자연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아폴로11호나 12호의 경우로 보아 달착륙선서 고작 5백m안의 지역을 탐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미국 지질조사 소의 고든·A·스완 박사 같은 사람은 아폴로 우주선과 같은 탐사는 두 번 이상할 것이 못된다고 주장한바가 있다. 스완 박사는 벌써부터 달 표면을 상세히 조사하려면 달 탐사 차량이나 비행사의 도약장치가 있어야된다고 역설했다. 스완 박사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는 나사 (국립항공우주국)가 정한 조건에 맞는 달 탐사 차를 여러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다.
언제든지 선수치기를 좋아하는 소련서는 미국이 달 차량을 개발만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 사용할것이라는 명백한 계획이 없는 허점을 찌르고 이번에 앞질러 루노호트 1호를 달에서 주행케 했던 것. 루노호트 1호는 차량이 8개이고 달 암석을 채취하는 장치가있고 TV 카메라를 적재하고 있는 등 대체로 달 탐사 차로서의 조건은 갖추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주행속도와 주행할 수 있는 거리등이 발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달 탐사 차인지 알수가 없다. 다만 처음에 20m정도를 굴렀다는 점으로 본다면 미국이 이제까지 설계 제작한 달 탐사 차보다는 뒤떨어지는 초보적인 차인 것 같다.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즈, 그라만 항공기회사, 벤딕스사 등이 이미 지난 65년부터 자사예산으로 달 탐사 차를 설계 제작하여 석탄가루 같은 것을 깐 인공월면위를 달리게하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
어떤 회사 차든 간에 차량에는 고무 타이어가 없다. 달 표면은 진공상태고 낮엔 섭씨 1백30도, 밤엔 영하1백20도라는 엄청난 온도이므로 고무 타이어는 곧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석탄가루 같은 모래로 된 곳에서는 고무 타이어가 미끄러진다는 것도 실험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차량은 모두가 금속제 금속바퀴 속에 또 다른 금속바퀴를 넣거나 용수철 같은 것을 넣어서 바닥이 울퉁불퉁한 달 표면을 그리 흔들리지 않게 달리게 할 작정이라고 한다.
미국서는 소련과 같은 무인 차와 아울러 유인 차를 개발했다. 무인 차에는 루노흐트 1호처럼 TV 카메라 와 과학관측 장치를 싣게 돼있다.
나사는 무인 차가 갖춰야할 조건으로서 ①무게 90㎏이상의 과학관측장치를 적재할 수 있을 것 ②6개월부터 l년에 걸쳐 착륙지점에서 1천㎞까지의 범위를 자유자재로 주행할 수 있을 것 ③우주비행사가 착륙했을 때는 그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을 제시했다.
그런데 벤딕스사에서는 이 조건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달 표면을 시속 4㎞속도로 달리고, 35도 경사를 올라가고 높이44㎝의 돌멩이를 넘고, 직경 72㎝ 크레이터에도 걸리지 않는 무인 차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유인 차에는 소형인 것, 대형인 것, 바퀴가 2개인 것, 4개인 것, 6개인 것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시속도 느린 것은 4㎞지만 빠른 것은 18㎞까지 나는 것이 있다.
이 유인 차에도 나사는 엄격한 조건을 제시했다. 즉 ①우주비행사 혼자서 운전할 수 있되 2인승이어야하고 ②지상과 통신이 쉽게될 뿐 아니라 스스로가 자기위치를 언제나 측정할수 있어야하고 ③3백㎏ 과학관측장치를 적재할수 있어야하고 ④시속은 10㎞,1회 주행가능 거리는 30㎞여야하고 ⑤과학관측장치를 움직이는 모든 시설을 적재해야하고 ⑥지구에서도 전파조종이 돼야한다는 여섯 가지 조건이다. 미국은 달 탐사 차를 내년 7월에 실험한다고 하니까 결국 선후의 차는 생겼지만 이 분야서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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