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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에도 조직원 100명 둔 한국 조직폭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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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 안흥진(52) 경위는 북한의 신의주 특구 개발계획에 관한 보도를 접하고 흠칫 놀랐다.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楊斌) 어우야 그룹 회장이 신의주 특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관광·오락산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의 경제특구인 선전·상하이(上海) 등지에서 관광·오락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중국 본토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흑방·흑사회 등의 폭력조직”이라며 “신의주 특구에 빠찡꼬나 호텔업 등이 진출한다면 그것은 분명 중국 폭력조직의 자금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의 경제개혁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중국의 전통적인 폭력조직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 경제특구의 지하경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 폭력조직과 마약거래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 조폭(조직폭력배)들이 중국을 매개로 북한에 진출할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북한에도 이미 조직원 1백명을 가진 ‘진달래파’ 등의 폭력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안경위는 27년동안 줄곧 강력계 형사로 근무해온 대표적인 조폭 전담 경찰이다. 그는 해방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 조폭의 계보와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조폭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몇년에 걸쳐 집필한 한국 조폭의 실태에 관한 경찰내 대외비 문건은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지금도 조폭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안경위는 자신의 오랜 조폭 수사체험을 바탕으로 한국 조폭에 관한 실
록 소설을 집필 중이다.

안경위는 “현재 한국의 조폭은 과거와 같은 조직간 ‘전쟁’을 벌이거나 드러내놓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기업과 같은 합법적 형태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3대 조폭 패밀리의 두목은 조용한 편이다. OB파의 이동재는 미국으로 건너갔고, 양은이파의 조양은은 수감중이며 서방파의 김태촌도 진주교도소에 갇혀 있다. 김태촌은 최근 감옥에서도 교도관의 비호아래 호화판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안경위는 “보스는 갔지만 조직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조폭 두목급들의 출소예정일이 2001년에서 2004년에 집중돼 있다. 출소후 이들이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면 19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와해돼 있던 조폭 조직은 쉽게 재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세계’만 조폭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1년 8백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 이후 한국의 대중문화도 조폭이 장악했다. 2002년에 들어서도 시청률 30%대를 기록하고 있는 SBS 드라마 ‘야인시대’나 ‘피아노’·‘라이벌’ 등을 통해 ‘조폭신드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조폭은 현재 한국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코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뉴스위크 549호/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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