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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해양공동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지난 11·12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일협력 제5차 상임위와 한·중·일 3국 연락위 창립총회에서 합의한 것으로 일부 보도된 한·중·일 3국 합작해양개발회사설립문제에 대해 어불성설이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서남해저일대에 석유매장가능성이 농후해짐에 따라서 그동안 한·중·일 3개국은 저마다 광구설정과 아울러 탐광작업에 착수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한국정부가 설정한 제5, 제7 광구에 대해서는 일본이 뒤늦게 중복광구를 설정하고, 이에 맞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본측의 움직임에 대해서 한국정부는 대륙붕의 본래적 성격으로 보나, 국제법상 뒷받침으로 보나 종래의 우리측 주장을 추호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비공식으로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서 일본측은 계속 이 문제를 가지고 국제재판소의 재정을 구하겠다고 하면서 그동안 비공식접촉을 통해 타협을 구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던 것이다.
그러던 차 어찌된 영문인지 일본의 일부 신문보도들은 최근 한일협력위에서 이 문제가 타결되어 한·중·일 3개국 합작으로 공동 개발한다는 것이 합의된 것처럼 일본재계가 발표했다고 전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공식태도를 밝히기를 꺼려하면서 비공식반응만 보이고 있음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면해서 우리는 한일협력위가 어떤 경위로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합의를 했는지를 밝혀야 하겠으며, 만일 사실이 그와 같다면 그들은 어떤 근거와 권한을 가지고 이처럼 중대한 문제에 대해 「커미트」한 것인가를 뚜렷이 밝혀야 하겠다. 또 정부의 공식입장이 앞서 말한 것처럼 전혀 일고의 여지도 없는 것이라면 한일협력위 당사자들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태도 또한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신보도에 대해서 정부가 일일이 논평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중대한 문제를 논평하지 않음으로써 묵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신빙성이 빈약한 보도라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처럼 국민의 중대한 관심이 쏠린 문제에 대해서는 석연하게 공식적인 태도를 밝혀주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해양개발과 같이 많은 기술과 자본의 동원이 필요하고, 이해 당사국가간의 분쟁의 여지가 많은 문제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관계국간의 협조와 공동노력이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동노력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전기한 바와 같은 어려움이 따르는 해양개발사업의 「리스크」를 관계국가들이 분담하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일본측이 문제의 제5, 제7 광구에 대해서 관계국가간의 상호이익증진을 위해 진정으로 합작투자방식의 개발을 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한다면, 그 구체적인 조건이 무엇인가를 해명하고, 이를 국민의 중지를 모아 치밀하게 검토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안다. 국제분쟁의 해결에 있어서는 흔히 강대국이 유리한 입장에 서기 쉽다는 것은 하나의 선례라 할 것인데, 일본측이 공동개발을 제의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사리주장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는 만큼 그들의 제의 뒤에 숨은 의도를 경경히 판단함으로써 후일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공동개발이 실현되었을 경우, 한국측이 얻을 수 있는 실리는 무엇인가를 정부당국이나 한일협력위 우리측 당사자들은 냉정하고 정밀하게 검토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의 대일의존도로 보든지 자본력과 기술면에서 보든지 공동개발회사의 설립으로 한국측이 얻을 수 있는 실리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모든 논의를 출발해야 할 것이다. 공동개발안이 자칫 한국측의 사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그 이유의 크기에 비추어 후세 국민들로부터 호된 지탄을 받게될 소지를 내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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