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제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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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월중 평균기온이 영상 4.8도로 따뜻한 겨울을 가진 제주지방에서는 김장을 「반양식」이라고 생각하는 육지의 통념이 납득되지 않는다. 사철 밭에는 푸른 야채가 자라고 그때그때 신선한 김치를 얼마든지 담가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장 김치 맛은 독특한 묵은 맛을 지니고 있고 가끔 눈이 내리기도 하는 한겨울에는 자주 김치 담그기가 수월치 않기 때문에 이 지방에서도 소규모의 김장김치가 담가진다. 담그는 시기는 아주 늦어 12월 중순, 많아야 두달치 이상을 준비하지 않는다.
젓갈은 멸치젓을 들 절구에 갈아 건더기까지 쓰고 새우젓은 전혀 안 쓴다. 해산물이 많지만 김치에 넣는 생선은 정어리 정도. 김장 2, 3일전에 소금에 절여 두었던 정어리를 배를 갈라 깨끗이 씻은 후 배추김치 사이에 켜켜로 넣었다가 밥상에 김치와 함께 올려 쪽쪽 찢어 먹는다.
양념은 간단하게 마늘·파·생강·갓·청각만을 넣는데 특히 청각은 어디나 듬뿍 넣어 시원한 국물을 만든다. 더운 지방이지만 심심하게 간을 하고 고춧가루와 양념을 많이 쓰지 않는다.
배추는 일단 바닷물에 씻으면 얼마쯤 절어 소금간을 조금만 해도 잘 절기 때문에 소금도 아껴쓰던 옛날 여인들은 늘 김치 담글 야채를 바닷물에 씻었다고 한다. 제주도의 김장 날엔 온 가족이 앞마당 양지쪽에 모여 앉아 소쿠리에 수북하게 쪄다놓은 고구마를 먹으며 배추 소를 넣는다는데 이 고구마 얘기를 곁들이며 정경숙 여사(전 기획원장관 박충훈씨 부인)와 정 여사의 시누이 박경자 여사가 제주도 김치를 소개해 주었다.

<배추김치>
무우채에 간단한 양념을 넣어 버무린 후 생정어리와 함께 독에 담는다. 굴은 안 쓰고 멸치젓은 대부분 집에서 담가 쓰지만 추자도 젓이 갈고 기름기가 없으므로 추사도 멸치젓을 많이 사다가 갈아서 소를 버무릴 때 넣는다.

<동치미>
조선무만으로 담그는데 청각을 우거지 대신 수북히 덜어 독특하게 시원한 맛을 낸다.

<깍두기>
무우를 잘게 썰어 버무리기도 하지만 사방 5, 6㎝ 크기로 넓적넓적하게 썰어 푸짐하게 담기도 한다.

<봄 배추김치>
2월이면 희끗희끗 남아있는 눈 위로 새파란 배추와 상치가 수북히 솟아오른다. 상치는 제주지방 특유의 젓갈인 자리젓을 불 위에 끓이며 햇마늘과 함께 싸 먹고, 납작하게 들나물처럼 자란 난쟁이 배추로는 짭짤한 김치를 담아 이른봄의 미를 맛본다.

<달래김치>
달래를 한 묶음씩 간추려 동그랗게 쪽찌듯 손으로 말아 모양을 만들고 이것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은 후 소금물을 붓는다. 익으면 달래가 놓게 되는데 꺼내어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양념간장을 만들기도 하면서 향기를 즐긴다.

<부추김치>부추를 길이대로 탐스럽게 소금에 슬쩍 절였다가 고춧가루와 멸치젓에 버무린다. <장명수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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