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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 예언으로 두 번째 형 받은 작가|아말리크의 유형기(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련은 1984년까지 존속할 것인가』라는 소책자로 서방 세계에 널리 알려진 소련의 작가며 역사학자인 「안드레이·아말리크」(32)는 노골적인 정부 비판으로 12일 두 번째 3년간의 중노동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첫 번째 투옥은 1965년, 2년 반의 시베리아 유형이었다. 다음은 그가 체험했던 이 2년 반의 「시베리아」수용소 생활을 그린 것. 이 원고는 파리에 몰래 입수되어 『시베리아 강제 여행기』라는 제목으로 곧 출판될 예정인데 불 주간지 「텍스프레스」는 이 내용을 발췌, 미리 소개했다.<편집자>
1965년1월 하순 어느 날 전화 소리에 깨어나 수화기를 드니 어떤 낯선 목소리의 여자가 파리에서 열리는 소련 화가 「즈베료프」의 개인전 「프로그램」을 내가 얻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2월3일부터 열리는 전시회가 파리 화단에서 어떤 평가를 받든 소련의 화가로서 전위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것은 또 예술 활동에 대한 정치의 태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즈베료프」가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서방 특파원과 인터뷰를 한번 갖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전부터 알고 있던 미국 대사관 직원에게 부탁하여 이튿날 낮 12시에 「뉴스위크」지의 「모스크바」특파원 「로버트·코린골드」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음 날 내 친구 플라빈스키가 찾아와서 「즈베료프」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고 알려줬다.
우선 「코린골드」특파원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 그의 집과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그는 없었다.
내가 사는 공동 아파트는 제정시대 보험 회사 사택으로 지은 것인데 옛날에는 한 아파트에 한가구가 살았지만 요즘엔 내 가구가 들어 있었다.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출입구를 향해 오른쪽으로 우리 방이 있다. 아버지와 단 두 식구이므로 방 가운데를 막아 입구 쪽은 아버지가 쓰고 나는 안쪽에서 살았다.
출입구에서 왼쪽 편에는 한 노파가 손자 부부를 데리고 살고 있었고 그 다음 방에는 경찰서 「패스포트」담당 여 직원이 남편과 딸 하나를 두고 있었다. 그 마지막 방은 집 관리 장 부부가 있었다. 전화는 한 대 공동용으로 복도에 매달려 있었다.
12시 정각에 그들이 도착했다. 나는 코린골드에게 즈배료프가 못 온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렇게의 실망한 빛이 없이 내방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나는 복도에서 옆방의 경찰서 여자 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거는 것을 들었다. 평소 쩡쩡 울리게 전화 걸던 그 목소리가 왜 갑자기 저렇게 낮아졌는지 나는 신경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코린골드에게 즈베료프에 관한 것들을 일러주고 화면으로 그와 「인터뷰」하기를 권했다. 내가 중간에서 심부름하기로 했다.
그러는데 문이 세게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버지가 불안한 얼굴을 디밀면서 『안드레이 손님 오셨어.』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명이 성큼 방으로 들어섰다. 그중 한사람, 경관 정복을 입은 사람은 나도 알고 있는 키셀레프 경감이었다.
오래 전부터 나는 감시를 받고 있었다. 내가 외국인이나 작가들과 친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윽고 모자 쓴 사람이 문턱을 넘어서면서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하고 있군요.』『「인터뷰」라니 무슨 얘깁니까.』내가 놀라서 물었다.
『진정하시오. 이웃사람들은 당신이 일은 안하고 무슨 음모를 꾸민다고 걱정들입니다.』유순한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편찮으시기 때문에 나는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소. 내가 옆에서 돌보아야 하오.』나는 말꼬리를 잡히지 않도록 또박또박 말했다.
『이 사람들도 친구요?』모자 쓴 사람은 「폴라빈스키」와 「코린골드」그리고 외교관을 가리켰다.
『물론이오.』그러나 한 사람은 미국 대사관 직원. 또 한 사람은 「뉴스위크」의 기자. 『당신 친구들이라…. 그러면 언제부터 내통했소?』그 중의 하나가 그들의 증명서를 보면서 말했다. 『내통이라니? 우리는 친구 사이라 내통한 적이 없소.』『여기에는 왜 왔소?』『그림을 구경하러 들른 것이오.』
『꼭 여기서 그림 구경을 할 필요가 없지 않소?』경감은 점점 딱딱거렸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인들에게 돌아가도 좋다고 일렀다. 그들을 복도까지 배웅하면서 나는 이 모임이 충분히 의심받을 수 있는 함정으로 여겨졌다.
『자, 우리를 따라 오시오.』미국인들이 떠나자 경감은 나와 플라빈스키에게 말했다.
『구속 영장을 갖고 왔소?』내 말에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영장이라니, 왜요? 당신과 잠깐 이야기만 하려고 그럴 뿐인데….』『영장 없으면 난 못 가겠소』『가십시다.』『정 그렇다면 억지로 끌고 가 보시오. 내 발로는 못 가겠소.』『그렇다면 당신은 소련 국민이 아니오? 정부에 복종 못하겠소?』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키셀레프가 소리 질렀다. 『나는 소련 정부에는 복종해도 당신에겐 어림없소.』
결국 그들은 사정을 해 봤다, 협박을 했다하며 나를 데려 가려고 애를 썼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어쨌든 언젠가는 당신을 다사 만날 일이 생길 거요.』협박을 남기고 그들은 그날 그대로 돌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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