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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 쓰레기를 버리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요즘 같아서는 날마다 소나기가 왔으면 좋겠다. 이것은 뭐 값싼 감상 때문도 아니요, 그렇다고 수해를 바라는 심술 때문도 아니다.
손쉽게 말해서 소나기가 쏟아져야만 내가 살고 있는 성북천(성북동∼돈암동∼안암동으로 흐르는 개울)이 깨끗해진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누구 든 한번 성북천을 찾아 보라. 연탄재, 온갖 쓰레기, 온갖 오물 등 인간이 배출하는 모든 더러운 것들이 개울 도처에 무자비하게도 버려져 있다.
거기에 온갖 추악한 색깔의 염색공장에서 나오는 갖가지 더러운 물감, 세차장에서 씻어 내는 거무튀튀한 기름덩이 등이 뒤범벅이 되어 흐른다기보다도 밀려 내려가고 있다.
매일 조석으로 바라보는 성북천은 마치 오물집합 처 같은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기 흉하고 온갖 악취에 불쾌감이 앞선다 기보다는 그 개울물이 그대로 상수도 물에 직결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금시에 소름이 끼쳐 진다. 일부 몰지각한 주민들의 만행으로 간과하기 엔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자기 집만을 깨끗이 하기 위해선 공중 도덕쯤 아랑곳이 없다는 그 근성이 얄밉기 그지없다.
하천을 더럽힌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의 마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올 여름은 자주 소나기가 내려 인간이 버린 모든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청소해 주곤 했다. 그 여파로 성북천 본연의 순수한 모습을 바라보곤 안도의 한숨을 짓곤 했다.
깨끗한 하천, 맑은 물결은 무더위도 잊게 했고 도시생활의 모든 잡음마저 씻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가 고작이었다.
다음날이 밝기 전에 성북천은 또 다시 더러운 모습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성북 천이 깨끗해지기 위해선 날마다 소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리는 돈벌이, 출세, GNP타령에 앞서 우선「개울을 깨끗이 하자」「개울이 맑아야만 우리의 앞날도 밝다」 는 단순 명쾌한 공중도덕을 지키도록 누구나 한번 깊이 반생 해보자. <서울 성북구 안암동1가y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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