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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 막는 가시 32개 뽑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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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7월 31일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청. 군산 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기업인 10여 명이 기업 현장 방문에 나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읍소에 가까운 호소를 쏟아놓기 시작했다. 현 부총리는 곧 한숨을 몰아쉬었다. 산업단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군산 산업단지의 시설 여건이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결정적인 애로 사항은 수출을 가로막는 군산 산업단지 내 교량시설이었다. 군산 산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부두로 이송하려면 교량을 건너야 하는데, 통과 하중이 작아 무게가 많이 나가는 ‘중량화물’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세원셀론텍의 지양근 공장장은 “무게가 1000t이 넘는 물품을 생산하려고 군산 산업단지에 입주했는데, 물건을 옮길 다리의 통과 중량이 600t으로 설계돼 있어 대형 중량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 32개가 다음 달부터 내년까지 줄줄이 뽑힌다. 기획재정부가 17일 경제·민생활성화대책회의를 열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불편·부당한 현장 애로를 확 풀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군산 산단 교량은 내년 7월부터 보강 공사를 벌여 현재 400t으로 설계된 하중을 1500t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방비를 우선 활용하고 특별교부세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 부총리는 “기업의 생산능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져 수출 상품의 규모가 달라졌는데도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한 경우”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3월 현 부총리 취임 이후 전국을 돌며 기업인들의 현장 애로를 들어본 결과, 크게 6개 분야에서 손톱 밑 가시를 발굴했다. 교통·건설 분야에서는 불필요한 검사장비 설치기준이 손톱 밑 가시였다. 예를 들면 모든 종합검사 지정정비사업자에게 의무화된 소형 차대동력계(배출가스와 연비를 분석하는 장비)가 대형 차대동력계 사업자에게는 불필요한 부담이 된다. 기재부는 자동차종합검사의 시행 규칙을 개정해 내년 6월부터는 이같이 불필요한 부담이 발생하는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건강기능식품 자동판매기 판매 제한도 그런 경우다. 일반식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최근 중소업체의 생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작용이 우려돼 영업장 판매와 방문판매, 통신판매만 허용됐다. 그러나 올 12월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홍삼·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시설기준과 준수사항만 갖추면 판매가 허용된다. 또 주세 사무처리 규정을 완화해 전통주를 판매하는 중소업자가 주류 외 다른 사업도 가능하도록 겸업이 허용된다.

 아울러 전국 1000개 전통시장 소상인 지원을 위해 온누리상품권 의무 구매 대상이 입법·사법부로 확대되고, 지방자치단체 조례에도 의무 구입 규정이 도입된다. 환경규제도 합리화된다. 팔당 같은 특별대책지역 내 재활용 시설 입지가 허용돼 올해 12월부터는 폐수가 발생되지 않고 보관시설을 갖추면 ‘폐기물 재활용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기업투자 회복을 위해 5조3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세제 지원 대책이 함께 발표됐다. 올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시설자금 공급 계획을 당초 32조8000억원에서 늘리는 것으로, 중소기업이 설비투자비용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내년 3월까지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률을 확대해주고 관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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