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위안부가 전라 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문산】5일 하오 4시쯤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장성리 산374 허문길씨 (35) 집에 세 들어 있는 위안부 이정례양(27)이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린 채 알몸으로 침대 위에서 죽어 있는 것을 주인 허씨 이양의 동생 이정숙양(21)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죽은 이양은 전날 밤 10시쯤 같은 마을에 있는「러키·홀」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미군 백인병사와 같이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간 뒤 이튿날 하오까지 나타나지 않아 이상히 여긴 허씨와 동생 정숙양이 밖으로 잠긴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같은 집에 세 들어 있는 박광효씨 (29) 말에 의하면 지난 4일 밤 10시 20분쯤 사복차림의 미군백인병사 1명이 이양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방으로 들어가다 발견, 이상히 여겨 『누구냐』고 묻자 이양의 친구라면서 방문고리를 자물쇠로 채우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죽은 이양의 방에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금목걸이 등이 그대로 화장대 위에 놓여져 있었으며 침대 위의 이불로 이양이 잘 덮여있어 싸운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나 이양이 코와 입으로 쏟은 피가 베개에 흔건히 배어 있었다.
현지 한·미 합동수사대는 사건현장에 귀중품이 그대로 있는 점과 상처가 하나도 없는 점, 평소 이양이 미군과의 교제가 많아 미군들간에「주리·스토리」란 애칭으로 불리는 점등을 들어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으로 보고 박씨의 진술에 따라 방문을 채우고 간 미군백인병사의 행방을 찾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