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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러진 현장 벤처·비즈니스|「탈공업화」과정 소기업집단의 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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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갤브레이즈」의「신산업 국가」에는 『병적으로「로맨틱」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지금이야말로 소기업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구절이 있다. 대기업체제 앞에서 소기업은 이미 무력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MIT의 로버트 교수는 이 같은 견해가 반드시 통념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갤브레이즈」가 기업가시대의 종언을 선언했지만 기업가정신은 살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늘의 시대가 기업가정신의 성장과 재생의 시기이며 미국산업의 역사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의 핵분열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유능한 인재가 대기업에서 터득한 지식과 기술을 무기로 잇달아 독립선언을 하고 있다. 이름해서 「벤처·비즈니스」(Venture Business)-.
벤처라는 말은 원래「모험적 사업」 내지는 「투기」를 뜻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벤처·비즈니스」는 새 기술을 개발, 기업화해 가는 개척자적 기업이며 그런 점에서는 모험에 뒤따르는 「리스크」가 있게 마련이다.
또한 참신한 개성을 갖는 창조적 기업이 곧 「벤처·비즈니스」라고도 할 수 있다.
「벤처·비즈니스」의 구체적인 특징을 보면-.
ⓛ영리추구보다는 전문기술이나 지식을 발휘하여 창조적인 역할을 지향한다. 즉 상품을 만들거나 파는 것이 아니고 지식·정보를 파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②경영자는 독립성이 강하다. 대기업 속에 낀 소속 품이 아니고 자기자신을 위해 독립했다는 경향이 강하다.
③학력이 높고 상도의 전문기술을 지닌 대기업의 고용자가 독립하는 예가 많다.
대기업의 소유분야에서 단능 적인 기술자로 지내기보다는 여기서 뛰쳐나와 복수의 기술을 갖고 종합적인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④경영자의 연령은 30대가 많다. 고도의 전문지식을 다방면으로 습득하고 경영관리능력을 몸에 익히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⑤개개의 기업은 전문분야에 따라 기능적으로 세분화돼있고 이들 각분야가 뭉쳐서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하도록 조직돼 있다.
⑥자본집약적이 아니고 노동집약적이며 소규모다. 독자적인 지식이나 「노하우」에 의존하고 있는 개성적인 「브레인·컴퍼니」가 많은 것이다.
그럼 「벤처·비즈니스」가 탄생, 성장해 가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탈공업화사회(Post Industrial Society)로 옮겨가는 과정의 창안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분업의 심화, 전문지식의 전개와 상호보완적 전문기업의 탄생·성장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전문화와 사회적 분업화가 진전되고 대기업이 분산되고 소기업 군이 집단적으로 나타난다. 탈공업화사회는 필연적으로 능력본위가 되며 따라서 능력발휘형의 소규모 「벤처·비즈니스」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소외다. 대기업의 감독체제 아래서는 종업원의 능력발휘가 저지되므로 능력 있는 인재는 탈출의 길을 선택한다.
물론 「벤처·비즈니스」에도 문제점은 있다. 능력본위이므로 안이한 탈「샐러리맨」만으로는 경쟁사회에서 탈락한다. 즉 능력의 진부 화는 금물인 것이다.
또한 전문능력에 풍부한 경영자원이 결부돼야 한다. 두뇌가 재산이긴 하지만 이를 살리는 자금이 조달돼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최근 소규모이긴 해도 독자적인 광고대리점들이 나타나 대기업을 상대로 광고·선전활동을 위한 두뇌를 제공한다든가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경영주는 다년간 주요업무에 종사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보면 이러한 광고대리점도 결국은「벤처·비즈니스」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가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선진국에서는 지금까지의 중소기업관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소기업집단이 출현, 산업조직을 그 방면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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