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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되찾은「유로」채 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산업은행은 71년에「유로」채 시장에서 5천만 불 규모의 외채를 발행, 개발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지난 6월 2천5백만 불(2년 거치 3년 상환)의 유로·달러를 들여왔던 산업은행은 이번에 단기자금이 아닌 장기성 자금을 구주자본시장에서 조달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산은의 계획에 때맞추어 최근의「유로」채 시장이 활기를 되찾음으로써 한국의 기 채 전망을 밝혀주고 있다.
유로 채 시장은 각국의 대기업이나 은행들이 자금을 빌어 가는 구주의 자본시장이다.
63년 미국이 금리평형 세를 신설, 자본유출을 막은 이후 뉴요크 국제자본시장은 그 위력을 잃었으며 이에 대신하여 「유로」채 시장이 65년 이후 눈부신 확대를 계속해왔다.
65년에 10억불 정도였던 신규 기 채 규모가 67년에는 20억불은 돌파했고 68년에는 35억7천만 불에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확대를 거듭하던「유로」채 시장도 69년 이래의 국제적 이상 고금리, 주가 저 락 및 통화불안 등의 요인이 겹쳐 극도로 저조한 상태에 빠졌었다.
69년 중 기 채 액이 31억5천5백만 불, 금년 상반기에는 13억불 미만이라는 실적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9월에 들어서면서 고금리 전쟁이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금 투기가 잠적하는 등의 정세변화로 유로 채 시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9월중의 신규 기 채 실적은 1월부터 8월까지의 월 평균 2억2천만 불을 훨씬 넘어선 3억6천만 불을 기록했다.
기 채 환경의 호전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9월초 에소·오버시스·파이넌스의 기 채로서 동사는 5년 짜 리를 연리 9%, l5년 짜 리는 9·5%로 모집을 시작했다가 곧 이 금리를 8·75%와 9%로 각각 인하했으며 그런데도 이 채권은 완전히 소화됐고 이에 자극 받아 신규 채가 잇달아 발행되고 있다.
여기에 평상절상 후 격감한 서독 마르크 표시채권도 본격적인 인기를 회복,「유로」채 시장의 활 황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금년 상반기 중 마르크 채 기 채 액은 불과 1억불(69년 중은 13억3천8백만 불) 밖에 안됐으나 9월중에만도 8억 마르크(2억l천5백만 불)를 소화했다.
이처럼「유로」채 시장이 하진 상태를 벗어나 활력을 되찾은 데는 새로이 창안된 기 채 방식에 특히 힘입은 바가 크다.
이태리의 ENEL(국영전력기구)이 지난 5월 제1호로 기 채 했던「변동이자 부」(Floating Interest Rate) 유로 채가 바로 그것이다.
ENEL의 발행조건은 금리하한을 연 7·5%로 하되 6개월마다 유로·달러 6개월 짜리 은행간 금리 0·75%를 더한 금리로 조정하는 것이다.
즉 변동이자 부 유로 채는 금리를 만기까지 조정시키지 않고 정기적으로 실세금리에 상응하게 변경해 가는 것이며 이는 요즘의 급격한 금리기복을 수시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응모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ENEL이후 각종채권이 이 방식을 따름으로써「유로」 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도「유로」채 시장에서 기 채할 때 12년 상환에 금리는 연 10% 이내로 하되 유로·달러 금리(6개월 짜리?)+1%로 하는 방안을 구상, 변동이자를 붙여주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밝히고 있어 채권소화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그런데 유로 채 시장은 뉴요크 시장을 대신하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세계적인 장기자본부족에 대응하여 (1)유휴자금을 시장에 동원, 국제유동성 증가에 기여하고 (2)주요 선진국의 장기자본을 국제적으로 재 배분하며 (3)투기성 달러를 중장기자금으로 돌리고 (4)국제수지흑자 국의 외자를 적자 국으로 흘러가게 (5)금융활동의 국제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주자본시장의 통합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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