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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지배의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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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11월 3일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는 투표일 열흘을 앞두고 마지막 열기를 뿜고 있다. 하원의석 전부와 상원 및 주지사 각 35석이 개선될 이번 선거는 국민의 대체적인 무드를 파악하고 72년 대통령선거의 풍향계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주로 경제시책의 실패를 들고나선 민주당 측과 사회질서의 안정 및 세계평화에의 공헌을 내세워온 공화당간의 대결은 아직까지 그 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팽팽한 양상. 이제 양당이 내세운 주요 이슈와 전문가들의 전망을 간추려보면-.
상·하 양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대통령직을 놓치는 바람에 「재야의 입장에 서게 된 민주당은 「닉슨」의 경제정책 실패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64년이래 최고를 기록한 5.1%의 실업률, 생계비 지수의 폭등을 초래한 인플레, 「제너럴·모터즈」등 대기업에서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노사분규 등이 바로 닉슨 경제의 실체라고 몰아치는 작전이다.
이러한 경제문제 외에 월남전·학원분규·흑백문제 등을 쟁점으로 내세우기도 했으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한 것 같다. 월남전의 경우 닉슨의 끊임없는 감군 발표로 김빠진 이슈가 되었고, 학원·흑백문제는 공화당의 「법과 질서」 캠페인으로 민주당에 역작용하는 결과를 빚은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닉슨」을 총수로 한 공화당 팀은 중동·월남전 등을 『협상의 영역』 안으로 이끌어 들인 업적을 후광으로 삼고 『법과 질서회복』을 「득표갈퀴」로 사용하는 적극전략으로 나섰다.
공학당의 이러한 전략은 폭력화한 학원분규와 무절제한 「뉴·레프트」운동에 대해 불안의 눈초리를 보내오던 중산층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은 『승패의 열쇠』를 쥐고있는 중산계층이 「히피」·외설·환각제 등의 범람에 얼마나 「알레르기」 반증을 보이고 있는가를 반증한 것이기도 했다. 이 모든 사회적 병폐는 민주당 진보파의 『무른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 공화당의 선거유세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다.
민생문제와 사회문제라는 이질적인 이슈로 맞서 있는 양당은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약간의 성격동화현상을 일으켰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민주당 쪽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예컨대 「리버럴리스트」의 기수로서 학생운동에 동정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험프리」가 얼굴을 바꾸었고 「에드워드·케네디」는 『외설·범죄의 추방』을 제1 공약으로 내세우는 형편이다.
양당의 「캠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태도가 애매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투표 막바지에 다가선 현재까지도 이렇다할 만한 「복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지가 전국의 특파원들 보고를 토대로 내놓은 「예상정책」은 ①하원에서는 현재의 의석비율과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민주당 47석 우세) ②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석이 약간 늘어날 것이나 민주당 우세는 깨어지지 않으며(현재 57대 43석) ②주지사 선거에서는 동부지방에서 민주당이 몇 개의 자리를 추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이 우수한 자금줄과 『애그뉴」라는 『유능한 야전사령관』의 후원을 받으면서도 이와 같이 고전하는 것은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불리하다』는 「징크스」에도 다분히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닉슨」은 이번 선거가 『재선가능성에 대한 가장 근거 있는 해몽』이라는 점에서 최소한도 상원에서의 다수의석만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왔다. 그래서 당초 5, 6주 지원유세가 19개 주로 늘어났다.
한편 민주당은 『야전사령관 없는 선거전』을 치르면서도 은연중에 72년 대통령 후보 경쟁까지 겸하고있어 주목을 끌었다. 「험프리」(미네소타주) 「머스키」(「메인」주) 「에드워드·케네디」(「매사추세츠주」) 등이 각각 상원의원에 출마, 『의미있는 압승』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월리스」나 「골드워터」 등 『인기 없는 극우파 정치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었던 『법과 질서』의 호소가 선거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특히 1천 3백 50만의 회원을 가진 AFL-CIO(미 노조연맹)가 신 좌파운동을 배격하고 『안정과 보수의 지지자』로 나섰다는 사실은 크게 눈길을 모았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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