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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CEO] 뱅크원 제이미 디몬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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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뱅크원(Bank One)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8일 시카고에 도착했다. 시카고 도심의 뱅크원 프라자 건물을 찾았으나 주차를 할 수 없었다. 건물 옆 직원 전용 주차장 관리인에게 "회장을 인터뷰하러 한국에서 왔다.

주차를 하게 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이곳은 직원만 주차할 수 있다.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할 수 없이 건물을 두바퀴나 빙빙 돌다 사설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9층 회장실에서 다이먼 회장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그는 "9.11 테러 사태 이후 건물 보안 때문에 허가받은 직원들만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은행을 경영하려면 원칙을 제대로 세우고 또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그는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60분"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탁자 위에는 모래시계가 놓여 있었다. 고객 회사에서 선사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래시계를 가리키며 최고경영자에게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원 국제업무 담당 부사장인 R 치어코프씨와 한국계인 홍선주 매니징 디렉터, 그리고 통역을 위해 시카고 드폴대 김성태 교수(신문방송학)가 자리를 함께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곰 인형과 대형 지구본에서부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등 각종 컬렉션이 진열돼 있었다. 그는 오는 6~7월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뱅크원의 글로벌 및 인수.합병(M&A) 전략은.

"글로벌화는 필연인 것 같다. 은행이나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세계화 마인드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세계 여러곳에 지사나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 늘려갈 생각이다. 당연히 좋은 기회가 있으면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다.

글로벌 추세여서 한국 등 해외시장에 관심을 갖고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2년 전 한국의 어떤 은행을 인수할 기회가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앞으로 기회가 오면 한국에 투자할 생각이다.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한국의 은행을 인수할 용의가 있다."

-올해 뱅크원의 경영 전망은.

"수지 동향으로 볼 때 올해 뱅크원은 매우 건강하다. 무난하게 계획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상되는 수익구조는 아직 공표하기 어렵다. "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 뱅크원이 갖고 있는 강점은.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편에서 끊임없이 개혁하고 혁신해 나간다. 매니지먼트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신(new spirit)을 전 임직원들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노력 속에서만 더 나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약속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인터넷 뱅킹이 고객들의 생활 속에 완전히 파고들었는데.

"2년 전 우리는 고메즈(GOMEZ)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뱅킹을 활성화시켰다. 그동안 15억달러를 인터넷 뱅킹을 비롯한 기술 향상과 뱅크원 플랫폼 유지에 투자했다. 앞으로 홈뱅킹 등 인터넷 뱅킹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보안문제다. 방화벽 등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개인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킹에 의해 비밀번호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조짐이 보이면 은행에 경보가 울리고 보안시스템이 곧바로 작동하는 기술과 체제를 갖고 있다. 고객들은 안심하고 우리 은행을 통해 인터넷 거래를 할 수 있다."

-소규모 은행들이 24시간 서비스를 하는 등 기존의 관행을 깨고 있는데.

"모든 은행이 똑같은 서비스를 할 수는 없다. 중소은행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 있다. 동부의 일부 은행들이 24시간 서비스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몇몇은 성공하고 있다. 큰 감명을 느끼며 지켜보고 있다. 고객서비스 측면에서 우리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큰 은행과 작은 은행이 함께 경쟁하고 있지만, 큰 은행은 큰 은행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다."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전망한다면.

"뱅크원은 중국과 일본에서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미국의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에 기술과 지식을 투자함으로써 양자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체제를 갖고 있다. 또 한국민들은 교육수준이 대단히 높으며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적극적이다. 한국에는 매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다 정치 상황이 안정적이다. 평생 민주화를 위해 감옥생활까지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훌륭한 분으로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분이라고 들었다. 한국이 민주화됐고 정치상황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도 지속할 것으로 본다. 북한핵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미래는 밝다."

-경영 원칙은.

"뱅크원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기업 운영을 원활히 해야 한다. 은행이기 때문에 고객들을 잘 알아야 하고 고객들의 원하는 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을 항상 찾아야 한다.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을 위해 높은 기준(high standard)을 유지해야 한다. 경쟁업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주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CEO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을 꼽는다면.

"개방성(오픈 마인드)을 꼽고 싶다. 고객이든 직원이든 항상 직접 대화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무실도 항상 열려 있으며 직원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했다(그의 사무실은 복도를 두고 직원 사무실과 맞붙어 있다) . 직원들의 생일파티에도 참가해 그들의 어려움과 생각들을 듣는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원들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직장을 가족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CEO가 해야 할 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충고를 듣기 위해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대화하는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타운홀 미팅(휴게실 등에서 갖는 비공식적인 자리)도 자주 갖는다. 또 e-메일이나 전화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통해 직원들과 대화할 공간과 시간을 열어놓고 있다."

시카고=김동섭 기자

*** 뱅크워은…

자산 2600억불…미국 6대 지주은행

뱅크원 (www.bankone.com)은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다. 2천6백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에서 6번째로 큰 은행 지주회사다. 뱅크원은 현재 7백10만가구와 약 50만에 달하는 기업고객을 갖고 있다.

소비자 금융과 중소형 기업금융 분야의 경쟁력이 높다. 기업 고객들에게 대출.재무관리.자본시장상품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모두 5천4백만장의 뱅크원 카드가 발행돼 연간 사용금액이 6백40억달러를 넘는 미국내 3위의 신용카드 발급 은행이다. 투자운용부문에서는 1천4백80억달러의 운용자산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춰 기업 고객들은 5개 대륙에 걸쳐 2만3천여 영업점과 60여개국 2천5백여개 거래은행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뱅크원은 1976년에 서울지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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