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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재조정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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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금리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물가고의 원인을 이루고 있다는 재계의 끈질긴 주장은 근자 정책당국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16일 기획원장관은 재계와의 간담회에서 금융기관의 장단기 대출에 대한 적용 금리가 불합리하여 금리체계의 구조적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며, 한은총재도 연내에는 어렵지만 금리수준을 2%정도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사견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책당국자들이 비록 사견이나마 금리를 인하하고 그 구조를 개선해야 하겠다고 말하게 된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국민과 업계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즉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그러한 발언은 결국 금리 인하론이 우세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업계의 장내 자금수요를 촉진하고, 저축자들의 금리기대를 약화시킬 것임에는 틀림없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국자들이 필연적으로 그러한 길과를 가져오게 될 금리문제를 비록 사견이라 하더라도 미리 공개적으로 피력하고 있는데 대하여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기왕 금리조정문제가 양성화된 이상 이에 대한 우리의 솔직한 의견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지금의 경제동향이 금리수준을 인하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것이냐 하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서 이 문제를 다뤄야할 것이다. 경제동향이 금리인하를 허용할 수 없는 조건하에 있는 한 경솔히 금리 인하론을 시사하는 것은 어느 모로나 이로울 바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되겠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여 올해의 물가정세는 지난 수년간의 상대적 소강상태를 벗어나 매우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 위에 당국이 명시적으로 고율 투자·고도성장정책을 후퇴시킬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금수요가 줄어둘 만한 요인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차관원리금상원 수요가 격증함으로써 시중 자금수급 상태가 앞으로 완화될 소지가 없는 것도 또한 엄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모든 요인을 고려할 때 시장 금리수준은 상승경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옮을 것이라 하겠는데 공금리를 시장 금리수준동향과는 역행하는 방향으로 인하 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편 금리구조의 재조정 문제에 있어서도, 일반은행대출을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으로 구분하여 적용하는 것이 그리 급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국으로서는 오히려 비정상적인 역금리를 무릅쓰고 자금부족을 메우기 위해 산금채·주택채를 발행하여 계속 무리를 한다면 결국 금융기관 전체의 질서가 문란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금리구조 조정론이 새로운 선택적 특혜 부여를 뜻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자 한다. 오늘날 금리 기능은 근본적으로 마비된 감이 있어 그것으로 써 금융의 효율성을 판별할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룩되고 있는지 조차를 측정할 척도를 찾기 어렵게 된 이유도 금리체계의 다각화 때문임을 당국은 지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그 분야의 금리만을 인하한 결과, 금리기능이 마비되고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이 저해되어, 사회적 낭비가 조장되고 있음을 볼 때 금리구조의 재조정론은 당연히 금리체계의 단순화와 그를 매개로 한 금리기능의 회복을 위한 것이어야 하겠음을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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