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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은 피로하다|근로여성의 실태와 직업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성문제 연구회 강연회에서>
여성문제연구회는 14일 『근로여성의 직업 관』에 대한 강연회를 열고 강사 홍성숙씨(연대경영대학원·인사관리전공)의 조사 발표를 들었다. 홍여사는 먼저 기업경영에 있어서 근로자의 인사관리가 기본자산이 됨을 밝히고, 날로 늘어가는 여성근로자의 기업 속에서의 문 젯점 해결에 역점을 두었다. 선택한 대상은 경기도 시흥군 안양읍에 있는 T방직공장 여직공 9백50명이다.
우리나라 방직업계 종사원의 80%가 여자라는 점과, 여성근로자의 대다수가 역시 방직업계에서 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근로여성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삼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T공장의 소재가 경기도임에도 여공들은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어린 소녀들이다. 질문지에 응답한 5백13명 가운데는 노동법정연령 18세에 미달되는 사람이 30명이나 되고 더우기 이들 대부분은 회사간부의 청탁으로 채용되고 있다. 이들의 57%가 국민학교 졸업자(중퇴포함)인데 그중 중학졸업자가 36%, 고등학교 졸업자가 7%다.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고등학교를 나온 직공은 회사나 자기직업·월급 등 여러 면에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직공을 택하는 동기 및 과정에 있어서도 상당한 독자성을 보이고 있다. 국민학교를 나온 낮은 학력의 소유자는 이와 반대 현상을 나타냈다. 그들은 고등학교 출신보다는 월급액이 만족할만한 것이며 직공심리에 대한 긍지도 높게 느끼고 있다. 입사할 때도 부모의 동의를 얻은 사람의 76%나 된다.
이들이 직공이 된 경위는 공개모집으로 들어온 것이 가장 많다. 그러나 선배의 추천과 친구권유로 들어온 경우가 다음으로 많아 비공식집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방직공장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더 큰 문제를 주고 있다. 대부분이 빈곤한 가정출신임에도 월급이 많아서 선택한 경우는 15명 정도다. 가장 많은 동기는 친구를 따라 들어온 것이었다. 그 다음은 이름있는 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보수도 적고 일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친구 따라 큰 회사로 가고 싶다는 것이 주요 동기다.
홍여사는 이런 현상을 인간이 갖는 귀속욕구의 결과로 해석한다. 차라리 어느 가정에서 일하는 것이 수입 면에서나 교육적으로 좋다는 것을 무시한 채 집단소속 욕구가 강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85%가 하루일과에서 피로를 느낀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피로는 건강과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자유의사로 택한 작업임에도 85%가 피로를 느끼게 되면 사기를 크게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홍여사는 작업이 고되어서 보다는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친구 따라…등) 들어온 때문에 의욕부족에서 오는 피로로 해석한다.
그들은 대부분(92%) 동료간(27%)과 감독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지만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표명한다(61%). 경영자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는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반발은 없으나 고등학교 출신은 28%가 불평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출신의 많은 수가 사무직으로 전환시켜 줄 것을 요구해 온다고 한다.
홍여사는 결론에서 첫째 여직공 상담제도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상호 의사 소통으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 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로는 감독자 재훈련 고용방침 및 승진·임금·후생시설의 규칙을 마련, 사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파악할 것. 셋째 보험·적금제도로 신체상해를 보장할 것 등이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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