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건널목 과속」-수학여행 길 사고 그 문제점|소풍길 참사 경악의 주야 현장과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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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6명의 목숨을 삽시간에 앗아간 공수리 건널목 충돌사고는 가장 초보적인 교통수칙인 건널목에서의 「우선 멈춤」을 지키지 않은 운전사의 부주의로 빚어졌다.
사고의 건널목에는 자동경보장치가 설치돼있어 기차가 5백m 전방에 다다르면 빨간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땡땡」하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게 돼있다.
공수리 건널목의 경우 이 불빛은 찻길 4백m전방에서도 또렷이 보이도록 된 최신형 경보기가 설치돼있어 사고 「버스」의 운전사 서기봉씨(57)도 이 불빛을 보고 경보소리를 들었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15년 동안 무사고를 자랑했던 모범운전사인 서씨는 이곳을 시속 80km의 과속으로 마구 달리는 과오를 범함으로써 참사를 빚었던 것이다.
현지에 내려온 치안국 교통안전담당관은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운전사들이 교통법규를 너무 소홀히 생각하며 빨리 가고싶은 생각에서 신호가 바뀌었을 때도 전속력으로 앞질러 나가는 것을 예사로 해온 습성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또한 이번 사고의 경우 인솔교사가 선두의 「버스」에 타지 않고 학생들만 태워 차내 질서가 극히 소란했고 무질서해, 이 때문에 「버스」에 탄 학생들이 소란을 피워 운전사의 정신상태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빠지게 된데도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있다.
사고 「버스」는 당초 서울을 떠날 때 탔던 3학년4반 학생들 55명이 타게 돼있었으나 「버스」가 먼저 출발하는 바람에 3반 학생들이 멋대로 올라타 정원을 23명이나 초과했는데도 11명이나 되는 인솔교사들은 이를 막지 않았으며 사고 「버스」에는 응당 타야할 담임교사 마저 타지 않았다.
인솔교사가 타지 않은 것을 확인한 학생들은 달리는 「버스」 속에서 「고고」춤을 추고 소주를 마시고 유행가를 합창하는 등 마구 소란을 피워 사고 당시 「버스」안은 수라장이 돼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운전사 서씨는 「버스」가 신정호수를 떠난 뒤 세번이나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치며 화를 냈다고 한다.
서씨는 또한 출발직전에도 함께 갔던 동료운전사들과 말다툼을 벌인 끝에 『먼저 가겠다』면서 화를 내고 떠나는 등 이날 따라 기분이 아주 나빴다고 살아난 학생들은 말하고있다.
이 같은 운전사의 불안과 흥분상태는 인솔교사나 학생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주었더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본사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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