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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환경운동, 과거로 돌아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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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환경공학 종신교수

일부 환경단체가 4대 강 보 해체를 주장하며 또다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4대 강 사업은 홍수 피해를 크게 줄였고 가뭄 해갈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뚜렷한 수질 개선효과도 가져왔다. 여기에 6조원이 넘는 태국 물 관리 사업을 수주하여 수출 효자 노릇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 해체를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지난 정부 업적 폄훼를 목적으로 한 정치적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의 환경운동은 1970년대 초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에서 효시를 찾을 수 있다. 산림 녹화·하천 정화·마을 청소 등과 같은 활동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후 대한적십자사·자연보존협회·환경보호연구회 등이 가세하면서 대국민 홍보, 환경교육, 정책세미나 등과 같은 활동을 전개했다. 80년대에 와서 반핵·반공해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군사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운동과 맥을 같이하면서 반개발·반산업화를 내세우고 이면에는 반정부운동의 모습을 갖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환경운동은 국민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 지금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부 과격한 환경단체들은 원자력 발전, 인천공항, 경부고속철도, 새만금 개발, 4대 강 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 반대에 몰두하면서 엄청난 국익 손실을 초래했다. 그뿐만 아니라 낙선운동이나 탄핵반대와 같은 정치 활동에 개입했다.

 인천공항은 건설계획 발표부터 개항 때까지 반대가 끊이지 않았다. 매립지에 건설한 활주로는 비행기 착륙 시 침하하고, 철새이동 경로이기 때문에 새와 비행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으며, 안개가 잦고 해일과 태풍에 무방비라는 등 수많은 억측과 황당한 주장들이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2001년 개항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경부고속철도는 총 484일간이나 공사가 중단됐다. 천성산 고산 습지에 사는 도롱뇽을 살리기 위한 터널공사 반대 단식투쟁 때문이었다. 공사가 중단될 때마다 환경영향조사가 실시됐다. 총 4회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모든 조사에서 고산 습지는 터널 건설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승복하지 않았다. 결국 공사 지연과 반복된 조사로 국가예산만 낭비한 채 터널은 뚫렸고, 2009년 11월 KTX가 부산까지 개통됐다. 공사 재개 이후 지금까지 몇 년이 흘렀지만 천성산 도롱뇽은 왕성한 번식력을 과시하며 잘 살고 있다.

 91년에 착공한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 공사가 60%나 완공된 상태에서 99년 중단됐다. 2년간 재검토를 마친 후 사업을 재개했지만 환경단체의 제소로 시작된 법정 공방이 4년7개월이나 계속됐고 마지막에는 대법원 대법정까지 가게 됐다. 공사 지연, 국고 낭비, 국론 분열 등 엄청난 국가적 손실만 가져왔다. 지금 새만금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인천공항, 경부고속철도, 그리고 새만금 사업 모두 노태우정부가 시작한 국책사업이다. 노태우정부가 시작한 사업은 그토록 철저히 반대하던 환경단체가 김대중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그린벨트 해제에는 방관만 하고 있었다. 도시 공간의 산소탱크라 불리면서 30년 가까이 개발을 제한한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아무 말이 없었다. 또한 노무현정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 개발로 전국의 산과 들을 불도저로 밀어낼 때 일언반구도 없었다. 대상 지역이 수많은 생물보호종이 살아가는 생태계 보고(寶庫)라는 발표가 있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제 환경운동은 더 이상 정치운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운 정부, 고운 정부 골라가면서 국책사업 반대에 몰두하는 환경운동은 사라져야 한다. 과거 착한 환경운동의 모습을 찾아 돌아가야 한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환경공학 종신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