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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1858년 결혼식서 첫 연주된 결혼행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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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김근식 고전음악감상실 더클래식 대표

“우리는 정말 ‘한여름 밤의 꿈’ 속에서 살았다.” 어릴 적부터 펠릭스 멘델스존(사진)과 함께 가족연주회를 통해 음악적 교감을 나누었던 그의 누이 화니 멘델스존이 남긴 글이다. 서곡을 작곡한지 17년이 지난 1843년 8월에 프로이센(프러시아라고도 하며 독일 동부지역에 세워져 한때는 독일제국의 중심을 이루기도 한 나라)의 왕 빌헬름 4세로부터 셰익스피어 극 한여름 밤의 꿈의 부수음악 작곡을 의뢰 받은 멘델스존은 이미 서곡 속에 충분히 담아 둔 상상력을 토대로 충분히 극의 순간 순간을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를 수락했다.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의 여배우 스미드슨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고 자살까지 생각했다가 후년에 그 경험을 토대로 ‘환상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부수음악 작곡의뢰를 받은 사실 자체만으로도 크게 축하했으나 셰익스피어에 대한 평가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일. 작곡을 의뢰한 왕이 만족과 놀라움을 표현한 반면, 한 귀족은 “당신의 훌륭한 음악이 이처럼 한심한 연극에 허비되는 것이 유감이오”라고 말했다고 화니 멘델스존이 기록하고 있다.

서곡과 극중 음악이 포함된 13곡 전곡이 초연된 것은 1843년 10월 14일 가을이었고 극과 함께 연주한 초연은 이듬해인 1844년 5월 27일 늦은 봄날에 이뤄졌다.

1858년 1월 25일 프로이센의 프레데릭 윌리엄 왕자와 영국의 빅토리아 공주의 결혼식에서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이 처음으로 연주된 이후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유행처럼 번져 나갔고 지금은 대부분의 결혼식에서 예식을 마친 신랑과 신부가 하객을 향해 행진할 때 연주되고 있다.

원래는 관현악곡이지만 주로 피아노로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은 프란츠 리스트에 의한 변주곡 버전과 이를 다시 편곡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버전, 그리고 아르카디 볼로도스의 편곡 버전 등이 연주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채택되고 있다. 신부가 입장할 때 연주하는 결혼행진곡은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초반에 등장하는 ‘혼례의 합창’을 편곡한 것으로 같은 날 빅토리아 공주가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바그너의 이 곡을 함께 연주해줄 것을 요구해 신랑과 신부가 입장할 때 연주된 이래 유럽의 상류층 여성들이 이를 따라 하면서 점차 보편화된 것이다.

수많은 음악가들 중에서 자신의 작품이 매일 같이 생음악으로 연주되는 영광을 누리는 것은 바그너와 멘델스존 뿐이라 하겠다. 극중에서는 넓은 저택에서 이루어진 결혼식이라 끝까지 연주되지만 실제 결혼식장에서는 일부만 들을 수 있음이 아쉽다.

1809년 2월 3일 늦겨울에 태어나 한여름 밤의 꿈을 노래했던 멘델스존은 1847년 11월 4일 꿈같은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감도는 늦가을에 서른 여덟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곡이 매일 같이 전 세계 결혼식장에서 연주되는 멘델스존이야 말로 이름이 지닌 뜻 그대로 ‘행복한 사람(Felix)’이라 하겠다.

김근식 고전음악감상실 더클래식 대표

음악카페 더 클래식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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