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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자동차 시대 성큼 … '2차대전'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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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스마트폰을 활용해 차량 배차 서비스를 하는 미국 우버는 최근 깜짝 발표를 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인 GX3200을 2500대 사겠다는 것이다. 우버는 GX3200의 성능 향상을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교통 정보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스마트폰으로 차를 부르면 무인 자동차가 알아서 이용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게 된다. 일종의 무인 택시 서비스가 현실이 되는 셈이다.

 무인 자동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각종 모터쇼와 정보기술 박람회에서 무인 자동차는 단골손님이 된 지 오래다. 올해 초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아우디와 도요타가 무인차 모델을 선보였다. 무인자동차는 주변을 인식하는 레이저·카메라 기술, 스스로 차체를 제어하는 인공 지능 등 전자기술이 핵심 장치다.

 10일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선 메르세데스 벤츠가 무인차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이 회사는 1986년 시운전에 성공했고, 94년엔 파리에서 1000㎞ 실제 주행에도 성공했다. 이번 모터쇼에서 벤츠는 여기에 상징성을 더했다. 모터쇼에 출품된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는 지난달 독일 남서부에서 100㎞를 주행했다. 125년 전 세계 최초의 자동차(페이턴트 모터바겐)가 처음으로 장거리 운행을 했던 코스를 따라서다. 무인차가 자동차 역사의 제2막임을 선언한 셈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은 “도심과 시외의 두 가지 교통 조건에서 자율 주행의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벤츠는 여기에 숫자도 하나 얹었다. 바로 2020년이다. 토머스 웨버 연구·개발 총책임자는 “우리는 양산차량에 자율 주행 기능을 실현하는 첫 제조사가 되고자 한다”며 “2020년 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닛산의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까지 무인차를 현실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미국의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스탠퍼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일본 도쿄대 등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해 2개 모델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회사의 선언으로 2020년은 완성차 업체가 무인차를 첫 양산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정보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2020년 무인차가 8000대 팔리고, 매년 85%씩 성장해 2035년엔 전 세계 판매량이 94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차 판매의 75%가 무인차가 된다는 예측이다.

 한국 업체도 준비 중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무인차는 21세기 자동차 기술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미 K9에는 차 주변 360도를 보여주는 기능, 사각 지대에 다른 차가 접근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는 시스템 등이 장착돼 있다. 최근 출시된 ‘더 뉴아반떼’는 자동 평행주차뿐 아니라 자동 직각 주차도 가능하다.

 완성차 업체보다 더 앞서있는 것은 구글이다. 지난달엔 구글이 세계 최대 부품업체 콘티넨털과 접촉 중이라는 독일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구글이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제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다. 4~5년이면 될 것이란 성급한 기대까지 나온다. 구글의 무인차는 이미 80만㎞ 이상의 주행 기록을 가지고 있다. 다만 완성차 업체와 달리 ‘파는 차’가 아닌 ‘나눠 쓰는 차’로 접근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무인차가 자동차 업체에 새로운 시장이 아닌 쇠락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무인차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구글의 무인차 개발 비용은 대당 1억5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어크 호아이젤 보쉬그룹 전장 카 멀티미디어 사업부문 총괄 회장은 “운전자는 차를 직접 제어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작은 결함이 곧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7월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해커 2명을 동원해 차량 해킹 실험을 했고, 실험 차량은 결국 차선을 벗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무인차에 사고가 나면 제조사 책임인지, 탑승자 책임인지도 모호하다”며 “보험, 교통 법규 등 제반 사항이 기술 발전을 못 따라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채윤경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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