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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석정사석탑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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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대산 월정사에 경사가 났다. 태백산 마루에 단풍이 무르익어 승객이 붐빈터에, 뜻밖에 경사가 겹쳐 더욱 제장이 됐다. 절에서 끔찍이 아끼는 9층탑을 보수 불사하는 중 1천년전에 봉안한 석가의 전신사리가 나온 것이다.
월정거리에서 절에 이르는 20리 길은「택시」의 행렬로 먼지가 뿌얗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도 미니의 아가씨도 절 마당에 들어서서는 합장부터 한다. 멀리 동래에서 소식 듣고 내려왔다는 중년의 부인도 있다. 명소 고찰이라서 신도의 분포가 퍽 먼데까지 퍼져 있는 것 같다. 강릉에서 대관령을 넘어 백릿길이요, 한강의 우통수가 있는 오대산은 예부터 상지자 (풍수지리를 잘 보는 사람)의 감찰이 불어잇는 국내 최승의 불법 장흥지지이다. 그래서 삼국시대 자랄률사의 불사리 전래설(643년)을 비롯하여, 통일신라 때 동·서·남·북·중 5대에 커다란 덩어리 불력의 만다라 세계를 전개한 효소옥전설이 있다. 고려에 이르러 신효의 전설이 서리어 있고, 또 이조 때에는 세조가 여기서 지성을 드려 명나라의 귀중한 사고까지 이산 중에 두고 지키게 했다.
중창 때 석탑 그 뒤 월정사육 다시 황폐했을지 모른다. 신효거사가 절을 중건했다고 조선불교통사에 적혀있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에 선 석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탑 안에 세존의 사리 37장을 안치했고, 탑 앞에는 향로를 눞혀놓고 보살석상이 있다. 탑은 앙묘하게 만들어 졌고, 또 국리한 일이 많아 지금도 산중의 나는 새가 감히 그 위를 날지 않는다.』
그럼에도 월정사의 상징적 존재인 이 팔각 9층탑이 언제 조성됐는지 분명한 기록이 없다. 고려 다보탑의 하나라는 것이 상식으로 돼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자장률사가 가져다가 봉안했다는 불사리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번에 이 탑을 해체한 것은 그 의문을 풀기 위한 것은 아니다. 몇 번을 소진해 중창한 월정사요, 6·25 동란 중 법당과 요사가 다 타버릴 적에 불길이 탑에 적잖은 해를 미쳤다.
표면에 비늘같은 적이 일뿐더러 쩍쩍 떨어져 나간데도 있다.
더구나 밀부분 기오 폭이 2·5CM밖에 안되는데 높이7m나 치솟은 이 탑은 5도나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 국보의 영구보존을 위하여 과학자 (김유선) 의 엄밀한 진단을 받아가며 문화재 관리국에 의하여 완전히· 해체함은 물론 보완·복원하는·조심스런 공사(감독관.정영호) 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이런 다보탑은 지금 우리나라에 몇개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경복궁에 있는 경천사탑은 고려후기의 것. 「파고다」공원안의 원정사탑은 이조초기의 것. 휴전선 이북에도 너댓 다층탑이 있으나 지금은 볼 수가 없다.
월정사 9층석탑은 신라 초기에 천돌로 쌓은 탑이 유행했 둣이 고려 이후에 유행된 석탑의 한 잉식이다· 당시 북방 문화가 끼친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상륜부가 완전히 남아 있기로는 이에 비할 탑이 없으며, 비록 이조 때 보작한 것이라 하더라도 쇠붙이의 온갖 장식은 화려하고 장엄하기 그지 없다. 8각마다 매단풍락 (길이 50)만도 80개..그것이 울릴 적에는 나는 감히 접근 못 할 만큼, 장엄을 풍기리라.
하도 탑재가 취약해져 해체·작업에 꼬박 8일이 걸렸다. 그런데 5층 옥개석에서도 금동여래입상이 나오더니 1층 탑신에선 드디어 이탑의 알을 모신 사리장치가 드러났다. 절에서는 하룻 밤을 새우며 탑 돌이를 하고 다음날 아침 사리공을 열었다.
보물은 고려 초기 것
신라 성대에 비할만한 장엄은 못되더라도 귀금속 사리유과· 동경· 다라니경 등 격식이 다 갖춰졌다. 정사영교수는 이들 유물을 서기1천년 전후의 것으로 추정했다. 고려건국이 918년이니까 이 사리장에서는 2종의 특이한 사리가 나와 주목하고 있다. 붉은 사라만 11. 앞이 영품병에 들어있고, 인왕상을 토각한 금동서 속에는. 따로 골편과 같은 사리가 가득 담겨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끼손가락만한게 감겨있는 두 마리 경에는 「전신사리경」이란 먹글씨가 쓰여있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도대체 기존 편일불경에는 그런 경이 없거니와 또 탑조성 연대에 대한 명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자그만 두루마리의 비밀은 거의 탄화한 상태라서 특별한 과학적 처리에 의해 풀어볼 수 밖에 없다.<이송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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