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귀국 … 급한 숙제 ②] 쌓이는 인사 과제 … 채동욱 문제, 양건·박종길 후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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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박근혜 대통령 앞에 인사에 관한 과제가 쌓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혼외(婚外) 아들 설이 불거진 채동욱 검찰총장의 거취다. 청와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 총장 측에서 이미 “검찰 수사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배후에서 검찰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관계가 판명나지 않은 상황에서 심증만으로 개입하거나 입장을 정할 경우 정치적 부담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게 내부의 판단이다.

 임기(2년)가 정해진 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교체할 경우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청와대가 움직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지난달 20일 물러난 양건 전 감사원장의 후임을 찾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감사원은 현재 성용락 수석감사위원의 직무대행 체제다. 하지만 성 위원은 12월 15일 4년의 임기가 끝난다. 성 위원의 임기가 끝나면 감사원은 감사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어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헌법 98조는 ‘감사원은 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 11인 이하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과 6인의 감사위원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양건 감사원장의 돌연한 사퇴 및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임명 불발로 인해 두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여기서 성 감사위원이 물러나면 4인이 되기 때문에 감사위원회를 열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청문특위 위원으로 강경파들을 포진시킬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감사원장 지명을 서두르지 않으면 감사원이 사상 초유의 위헌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청와대와의 인사 갈등설이 제기됐던 만큼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박근혜정부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찾는 일이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안대희 전 대법관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지만 정치적 컬러가 강해 박근혜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목동사격장의 법인 명의를 바꾸면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 10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차관인사도 새로 해야 하고, 공석 중인 청와대 정무비서관·문화체육비서관 등 후속 비서관 인사도 마무리해야 한다.

 박 차관의 중도하차를 비롯해 박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깜짝 인사’가 잇따라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야권이 다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문제 삼고 나섰다.

 운동 선수 출신의 첫 차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박 차관은 사격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호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박 차관 스스로 “(사격) 선수로 뛸 때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예뻐해 주셨다”고 말할 정도로 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차관 본인이 인정한 문제인 만큼 대통령 귀국 후 곧장 사표 수리 등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박 차관의) 공문서 위조 의혹은 차관 취임 이후의 일로 청와대의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가만있지 않았다. 실제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정부조직개편안 협상 난항)를 시작으로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문제),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해외 비자금 의혹) 등 박 대통령이 미리 점찍어 놓았던 인물의 상당수가 낙마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지난 3월 차관으로 임명할 당시 청와대가 박 차관에 대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던 일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며 “공문서 위조가 국정철학이냐”고 물었다.

 이어 “김용준(전 국무총리후보자), 이동흡(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황철주,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김병관(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윤창중(전 청와대 대변인), 양건, 박종길까지 굵직한 인사사고만 대략 나열하기에도 숨이 찰 지경”이라며 “밀봉인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인사사고가 반복될 수 있느냐”고 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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